심리전의 원조는 김응룡? 김재박?
OSEN 기자
발행 2004.10.27 00: 00

코끼리는 상아를 평생 동안 여섯 번 간다. 그러나 60살쯤 되면 코끼리는 새로운 이가 안나기 때문에 굶어서 죽는다.
여우는 태어나자 마자 어미곁을 떠나 독립생활을 한다. 너구리가 파놓은 굴을 빼앗아 거기서 일생을 보낸다.
코끼리와 여우의 생존방식은 이처럼 판이하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지존의 자리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코끼리 김응룡(63) 삼성감독과 여우 김재박(50) 현대감독도 별명만큼이나 스타일이 다르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여우와 코끼리 감독이 벌이는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하루를 자고나면 가시돋친 말을 주고받는다. 4차전까지 1승2무1패. 승패도 똑같지만 입담도 막상막하였다.
26일 하루를 쉬고 27일부터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두 감독이 이제는 드러내놓고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4차전까지가 입담대결의 전초전이었다면 5차전부터는 본게임이다.
본게임을 앞두고 불을 지른 것은 코끼리 감독이다. 25일 연장 12회 끝에 0-0 무승부로 끝나자 김응룡
감독은 "12회, 4시간 제한시간 무승부제가 말이 되느냐"며 쏘아댔다. "무승부제가 없었다면 4차전을 잡을 수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여우 김재박 감독은 "2차전 때는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자 회의에서 합의해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코끼리 감독의 행태를 이해할수 없다는 것이다.
'무승부제 무용론'이 씨도 안먹히자 이번에는 코끼리 감독이 또다시 여우 감독의 신경을 건드렸다.
26일 김응룡 감독은 현대투수 피어리의 부상 의혹을 제기하며 7차전 선발로 나올 수 있을 지 궁금하다며 운은 뗐다. 김 감독의 말인즉 이렇다.
4차전에서 배영수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피어리가 7회 말에 교체된 것은 어깨에 이상이 생긴 것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볼도 77개밖에 던지지 않았고 0-0인 상황에서 잘던지던 선발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필시 곡절이 있다는 얘기다.
코끼리 감독은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피어리가 7차전에 나서지 못할 것같은데 현대가 연막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며 김재박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결코 물러설 여우 감독이 아니다. 코끼리 감독의 피어리 부상의혹 제기에 대해 "언제적 수법을 또 들고 나오느냐"며 "두고 보면 알 것 아니냐"며 일갈했다.
코끼리 감독의 의혹 제기는 현대 흔들기 차원일 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두 번 당한 게 아닌데 또 당하지는 않겠다는 여우 감독의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말투이다.
아직도 싱싱한 상아를 가지고 있다며 '노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코끼리 감독과 이번에야 말로 프로야구계를 코끼리 소굴로부터 해방시켜 여우굴로 만들겠다는 여우 감독의 끝없이 이어지는 입담대결이 어디서 끝날 지 팬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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