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의 김빼기 작전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28 00: 00

삼국지에 보면 위나라 조조가 관도 전투에서 원소의 대군과 싸운 일이 있었다. 열세에 몰렸던 조조가 원소의 보급기지를 밤에 몰래 습격, 대승을 거뒀다. 조조는 관도전투에서 승리한 기세를 몰아 단숨에 중국 북부를 지배하는 실력자로 등장하였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36계 중 ‘가마솥의 장작을 치우는 전략’ 을 말한다. 솥밑에서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 물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 것으로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쓰는 병법.
강적을 상대할 때는 정면으로 공격하지 말고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 공략하면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28일 잠실에서 열린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은 현대선발 김수경의 슬라이더와 직구에 눌려 4회까지 7번이나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이때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꾀가 많은 김응룡 삼성감독이 생각해 낸 게 ‘힘으로 안되면 상대방의 김을 빼라’는 전법이었다.
김수경의 구위가 워낙 좋아 좀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 코끼리 감독은 5회 선두타자로 나서는 김한수에게 3루쪽으로 기습번트를 댈 것을 주문했다. 현대의 3루수 브룸바의 수비가 약한데다가 김수경을 흔들기에는 기습번트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의표를 찌르는 전술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김한수의 생각지도 못한 기습번트에 놀란 김수경이 3루쪽으로 구르는 타구를 잡았을 때 김한수는 1루에 거의 다다랐고 김수경의 악송구까지 겹치면서 김한수는 2루까지 내달았다.
김수경은 페이스를 갑작기 잃어 잇따라 두 타자를 연속으로 출루시켜 주자는 1사 만루.
비록 후속 타자들이 범타에 그쳐 선취점을 뽑는데 실패했지만 현대벤치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코끼리 감독의 기지가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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