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 2.28, 10구원승 34세이브. 현대의 마무리투수 조용준의 올 정규시즌 성적표다.
소방수로서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한국시리즈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또하나 눈에 띄는 기록이 있다.
올 정규시즌에서 75이닝을 던진 조용준은 8개구단 마무리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0을 기록하고 있는 게 있다. 피홈런이다. 301번이나 타자를 상대했지만 홈런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김시진 현대 투수코치는 조용준은 제구력이 뛰어나 거의 실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홈런을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직구와 구속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좌타자에게는 몸쪽으로 바짝 붙어들어가고 우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멀리 휘어져 나가기 때문에 타자들이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게 김 코치의 생각이다.
올 한국시리즈들어 조용준은 또 하나의 0행진을 벌이고 있다. 방어율이다.
조용준은 팀이 3-8로 패배한 3차전을 제외한 1,2,4,5차전에 어김없이 현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8이닝을 던져 1세이브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31타자를 상대로 6개의 안타만 내줬다. 피안타율 2할3푼.
이쯤되면 현대에게는 조용준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하지만 삼성에게는 한국시리즈라는 이름의 전차를 자신의 목적지로 끌고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박빙의 경기에서 조용준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잡았던 2,4차전을 놓친 삼성은 현대의 구원투수 조용준을 공략하지 못해 2승을 날려버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성벤치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조용준의 슬라이더를 치지 못하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어려운 경기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 아무리 슬라이더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간 타자라도 막상 조용준에게 어이없이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조용준이 지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8~9차전까지 갈경우 피로가 누적돼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을 무너뜨려야 사는 삼성이나 조용준이 살아야 이기는 현대나 조용준의 어깨만 쳐다보고 있다.
향후 펼쳐질 경기의 키는 조용준이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