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은 선발 라인업을 대폭 변경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박종호의 올 한국시리즈 첫 선발 출전과 6번 타순에 고정배치 했던 진갑용에게 4번의 중책을 맡긴 것이었다.
4번타자 로페즈가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데다가 현대 선발 김수경의 볼을 삼성타자들 가운데 제일 잘 때리는 진갑용을 클린업트리오에 기용, 변화를 주고자했던 게 김응룡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진갑용은 세 타석에서 내리 범타로 물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0-0으로 팽팽한 투수전을 전개하며 연장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던 9회 말 삼성의 마지막 공격.
선투타자 양준혁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진갑용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전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진갑용은 현대의 바뀐 투수 신철인으로부터 우전안타를 뺏어냇다.
진갑용의 한방으로 분위기가 돌변했다. 후속 김한수의 숏바운드 타구는 현대 2루수 채종범의 몸에 맞고 우익수 쪽으로 튕겼다.
순식간에 주자는 1사 2, 3루. 현대는 마지막 수단으로 만루작전을 택했다. 김종훈을 고의볼넷으로 걸려 주자는 1사 만루.
로페즈와 승부를 걸어 병살타를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신철인은 초구부터 볼을 던지며 볼카운트가 1-3으로 몰린 끝에 로페즈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진갑용이 4번타자로서 제몫을 해내며 귀중한 결승점을 뽑은 셈이다.
5차전에서 5번타순에 기용해 왔던 심정수를 4번타순에 배치, 재미를 봤던 김재박 현대감독에게 마치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타순변경이 성공, 양 팀이 장군 멍군을 부른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