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테오 엡스타인(31) 단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30세의 젊은 나이로 지난해 보스턴 단장으로 취임, 각종 굵직한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팀을 우승시킨 그의 수완에 언론들은 ‘천재’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기회를 ‘의리’ 때문에 거절한 이가 있다. 바로 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단장인 J. P. 리카르디다.
리카르디 단장은 LA 다저스 폴 디포디스타 단장과 함께 ‘팀 운영의 귀재’로 불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의 수제자로 꼽힌다. 그는 딘 단장 휘하에서 부단장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200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으로 취임했다.
보스턴은 2002 시즌이 끝난 후 빌리 빈 단장의 영입을 추진했으나 실패하자 대안으로 ‘리틀 빌리 빈’ 리카르디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매사추세츠주 태생인 리카르디 단장은 골수 보스턴팬 집안 출신이다. 90줄에 접어든 그의 삼촌과 그의 어린 자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레드삭스의 광적인 팬이다. 리카르디 단장은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응원하던 팀, 게다가 우승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돈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된 팀인 보스턴의 영입 제안이었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재건시키겠다’는 취임 초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스턴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가난한 구단’에 남기로 결정했다.
보스턴은 리카르디 단장 영입에 실패하자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영입했고 2년 후 마침내 86년 한풀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리카르디 단장은 일말의 후회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와의 인터뷰에서 “보스턴이 우승한 뒤 아내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며 “다른 팀도 아닌 보스턴이라는 점에서 몹시 끌렸지만 토론토와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스턴이 마음껏 돈을 써서 필요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점이 약간 부럽긴 하지만 자금 여유가 없는 우리 방식대로의 팀 재건 사업에 만족한다”며 앞으로의 토론토 돌풍을 예고했다.
리카르디 단장은 보스턴의 우승 요인으로 투수력 강화와 엡스타인 단장의 트레이드 성공을 첫 손에 꼽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커트 실링과 키스 포크를 데려 온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올 시즌 중반 올란도 카브레라와 덕 민트케이비치 등을 영입해 수비진을 강화한 것도 훌륭한 트레이드였다”고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올 시즌 레드삭스의 우승 과정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두 팀(양키스, 레드삭스)과 한 지구에서 싸워야 한다”고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의를 위해 실리를 포기한 ‘의리의 사나이’가 돈을 물 쓰듯 하는 공룡 구단 두 팀을 꺾는 기적을 연출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