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의'위정편(爲政篇)'에 언급된 내용이다.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농구 2004-2005시즌이 29일 KCC-LG의 전주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각 팀의 전력 평준화, 수준 높은 용병들의 가세, 제대 선수들의 팀 복귀 등 많은 흥행요소가 있어 관심을 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불혹' 감독들의 뚝심과 지략 경쟁도 팬들의 눈과 귀를 끌어모을 것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 중 '지천명(知天命. 50대)'은 김동광 SBS 감독(53) 뿐이고 나머지 9명은 모두 '불혹'의 40대다.
56년생인 신선우 KCC, 안준호 삼성, 박수교 전자랜드 감독이 올해 48세로 '불혹' 중에선 가장 연배가 높고 박종천 LG 감독(44), 김 진 오리온스 감독(43), 이상윤 SK 감독(42)이 그 뒤를 잇는다. 63년생으로 41세인 전창진 TG삼보, 추일승 KTF, 유재학 모비스 감독 등은 '6.3세대'로 불린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40대 감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들은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직전 각 아마추어 구단의 코치로 있다가 프로화가 되자 감독을 따라 프로팀 코칭스태프로 편입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성적 부진으로 선배 감독들이 하나, 둘 물러나자 감독직을 이어받은 경우가 많다.
이들 40대 감독들은 일단 추진력이 강하다. '불혹'이라는 말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들이 구상하는 전략과 전술을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승부를 건다.
'신산' 신선우 감독은 치밀한 용병술로 현대 시절을 포함 3차례나 프로농구 우승을 맛봤고 유재학 감독은 프로 출범 이후 계속 감독 혹은 코치로 코트를 지켰다.
안준호, 박수교 박종천 감독은 한때 야인으로 있다가 화려하게 컴백한 주인공들로 우승에 대한 염원이 강하다.
이상윤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삼성 구단의 프런트로 있다가 코치를 거쳐 감독에 오른 의지의 인물들이며 추일승 감독은 상무에서 선수들을 조련하다 KTF 사령탑으로 옮겨 2년째를 맞는다.
프로농구 40대 감독들은 '9인9색'이라할 정도로 개성이 강하지만 '흔들림 없는' 의지만큼은 강한 동질성을 갖고 있다.
이들 '불혹' 감독들이 벌일 치열한 선의의 경쟁에 프로농구판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