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우-박종천 감독 머리 싸움 빛났다
OSEN 장원구 기자 < 기자
발행 2004.10.29 21: 23

신선우 KCC 감독(48)과 박종천 LG 감독(44).
두 사람은 인연이 깊다. 신 감독이 박 감독의 연세대 4년 선배로 둘다 국가대표팀 센터를 맡으며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오르도록 협력했던 사이다.
이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대에서 신 감독은 감독으로, 박 감독은 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현대를 프로농구 2년 연속 우승(97-98, 98-99시즌)으로 이끌었다.
현대가 KCC로 매각된 후에도 신 감독은 계속 감독 자리를 지켰고, 박 감독은 2000-2001시즌 KCC코치, 2002년 현대여자농구단, 2003-2004시즌 LG 코치를 거쳐 감독에까지 올랐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다보니 상대의 농구 스타일을 서로 훤히 꿰뚫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19일 전주서 벌어진 2004-2005 프로농구 개막전에선 서로 한번씩 의표를 찌르는 전술로 '장군 멍군'을 했다.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KCC의 71-69 리드. 누가 보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격권을 쥔 LG는 사이드의 조우현에게 내줘 3점슛을 노리거나 골밑의 허니컷에게 연결해 동점 내지는 파울을 얻어 자유투를 얻는 작전이 유력해 보였다. 평소 확률 농구를 신봉하던 두 감독의 스타일을 보더라도 거의 확실한 전술로 보였다.
그러나 볼은 허니컷이 아닌 렛에게 연결됐다. 박 감독은 최고의 공격수 허니컷 대신 렛을 선택한 것이다. KCC가 허니컷을 집중 수비했기 때문에 다른 공격루트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렛은 슛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렛이 볼을 잡는 순간 당황한 KCC 수비수들이 렛 쪽으로 몰렸고 렛의 슛이 림을 맞고 튀는 순간 허니컷이 리바운드할 때는 오픈 상태였다. 허니컷은 팁인으로 가볍게 동점골을 넣어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신선우 감독은 어이 없이 한방을 먹고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더구나 KCC는 용병 센터 R.F. 바셋이 4쿼터 초반 이미 5반칙 퇴장으로 나간 상황이라 여러가지로 불리했다.
그러나 '신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농구 최고수인 신 감독이 그냥 물러날 리 없었다. 신 감독은 연장전에서 히든 카드를 내밀었다. 바로 백전 노장 정재근이다.
신 감독은 LG 수비수들이 찰스 민렌드와 추승균을 집중 마크할 것으로 판단하고 정재근의 외곽슛과 골밑 돌파 능력을 활용한 공격 루트를 이용했다.
정재근은 연장전이 시작하자마자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킨 뒤 민렌드에게 정확한 어시스트를 해줘 추가점을 도왔고, 조성원이 페너트레이션 후 빼 준 볼을 받아 좌중간 45도 지점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터트렸다.
신 감독의 작전이 기막히게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날 개막전은 KCC가 90대82로 승리했지만 신선우 감독과 박종천 감독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용병술로 승부를 재미있게 이끌고 간 셈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