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 시리즈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29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삼성과 현대가 시간 제한 규정에 걸려 또다시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이번 시리즈 들어서 세번째 무승부를 기록하자 야구팬들의 짜증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양 팀은 7차전 무승부로 시리즈 전적 2승 3무 2패로 동률을 이뤘다. 30일 8차전에 이어 하루 휴식일을 가지고 포스트시즌 역사상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9차전을 가져야 승부가 난다. 그러나 9차전에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로선 농담처럼 했던 11차전, 12차전까지 가는 마라톤 시리즈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6-6의 스코어로 끝난 7차전도 난타전이 벌어졌던 2차전과 마찬가지로 정규이닝이 끝난 후 4시간 시간 제한에 걸려 연장전에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정규리그에서 무승부를 양산했던 4시간 규정이 한국시리즈를 한도 없이 늘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가 시간 제한이 없는 유일한 구기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4시간 규정이라는 것은 해외 토픽에 나올 만한 코미디라고 해도 무방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개 팀은 배당금이 늘어나서 즐거울 지 모르지만 쌀쌀한 날씨에 구장을 찾은 팬들은 허탈하기 그지 없다. 응원하는 팀에 대한 부푼 가슴을 안고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장에 들어와 결과도 없고 의미도 없는 허탈한 승부를 보고 밤 늦은 귀가길을 재촉해야 하는 것이 우리 야구팬들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매일 야구장을 찾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야구 역사와 환경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새벽까지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미식축구의 시청률을 앞서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야구팬들은 갈수록 사그라드는 국내 야구 열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한탄하고 있다. 명승부가 나올 기회를 원천봉쇄하는데 야구에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냐는 것이다.
올해 도입된 무승부의 이유는 ‘선수 보호’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 1시 22분까지 연장 승부를 벌이고 다음날 정상적으로 경기를 가지는 메이저리그는 선수 보호에 무관심하고 선수 생명이 단축되든 말든 승부만큼은 반드시 가리고 보자는 냉혈한들로 구성된 리그인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미국 스포츠의 예를 한가지 더 들자면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의 경우 정규시즌에는 연장전을 한 번만 가지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승부가 날 때까지 연장전을 벌인다. 이들도 정규시즌에서는 연장전을 5분으로 제한해서 무승부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가면 20분 풀타임 피리어드를 밤을 새워서라도 반복한다. 무박 2일의 경기가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선수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규시즌이야 무승부로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한국시리즈의 경우 농담처럼 16차전을 가더라도 4선승제의 끝은 봐야 한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지친 상태에서 쌀쌀한 날씨 속에 연일 그라운드에 서야 하는 선수들이 보호를 잘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