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October(10월의 사나이)’는 전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레지 잭슨의 별명이다. 2할 6푼의 평범한 타율에도 불구. 월드시리즈에서만 5개의 홈런, 7할 7푼대의 장타율을 기록한 해결사. 1977년 LA 다저스와 맞붙은 월드시리즈 6차전서 홈런 3개를 몰아치는 괴력으로 야구팬의 뇌리에 깊히 각인된 인물이다.
쉽게 말해 그는 큰 경기에서 ‘미치는 사람’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치는 사람’은 주로 타자였다.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푼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는 ‘공갈포’ 마크 벨혼이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유독 타자보다는 투수가 ‘가을의 사나이’로 인식된다. 해태 시절 7승이나 거둔 ‘가을 까치’ 김정수 덕분일까. 방망이 침체가 거듭되고 있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런 투수가 한 명 탄생할 조짐이다. 바로 삼성의 김진웅(24)이다.
김진웅은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순간 기막힌 호투로 팀을 기사회생시켰다. 1무 1패로 몰렸던 지난 24일 2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로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8연패를 끊고 마수걸이 승을 신고했다. 이어 다시 1승 1무 2패로 뒤진 28일 6차전 선발로 나서 5⅓이닝 동안 6사사구나 내주는 난조를 보였지만 현대 타선의 ‘이적행위’를 등에 업고 무실점으로 역투. 팀이 귀중한 1승을 올리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두 번 다 데뷔 라이벌 김수경(현대)과의 맞대결이었는데 마지막에 웃은 것은 모두 김진웅이었다.
정규시즌 9승에 머물렀던 김진웅은 삼성의 올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던 13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기용되면서 시즌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록 5이닝 동안 1실점하고도 패전투수가 됐지만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만한 징후를 그 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선동렬 수석코치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받고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가고 있는 그는 시즌 때와는 다른 무서운 집중력으로 한 층 나아진 위기 관리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방어율 16.88에 달했던 그가 이번 시리즈에서 기록한 방어율은 2.38. 불운이 물러가면서 김진웅이 효자로 확실히 거듭났다.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전이 된 이번 한국시리즈 9차전(11월 1일)에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김진웅이 올 포스트시즌 마지막 출장이 될 지도 모를 이날 또 효자 노릇을 해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