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근표(27)는 2000년 프로에 입문한 후 올 한국시리즈 직전까지만 해도 대리 인생이었다.
데뷔 후 5시즌 동안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대타나 대수비요원으로 경기에 출전하곤 했다.
아마시절 1루수로 뛰었던 그는 현대에 입단했으나 이숭용이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벤치워머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전근표는 외야수로 전향한다. 마지막 승부수나 마찬가지였던 외야수로의 전향으로 간혹 선발로 출전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게는 그리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3루수 정성훈이 병역비리에 연루돼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
현대 김재박 감독은 정성훈 자리에 외야수로 뛰던 용병 브룸바를 배치하고 전근표를 외야수로 기용키로 했다.
생각하지 않았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확실한 믿음을 줘야 내년 시즌 주전 도약이라는 목표를 이룰수 있는 전근표는 7차전까지는 그런대로 기대를 충족시켰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8차전. 삼성과 현대가 나란히 2승3무2패를 기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는 올 한국시리즈 패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일전.
두 팀은 6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전개했다. 1-2로 뒤진 현대의 7회말 공격. 삼성 투수는 6회까지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에이스 배영수였다.
선두 타자 심정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후 이숭용이 희생번트를 대 주자는 1사 2루. 동점찬스에서 전근표가 타석에 들어섰다.
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명품’으로 떠오른 배영수는 아직도 구위가 살아있었다.
볼카운트 2-2. 배영수는 시속 145km짜리 빠른 직구를 뿌렸다. 그러나 총알같은 볼은 공교롭게도 한복판으로 빨려들어왔다.
전근표는 이를 놓치지 않고 끌어당겼다. ‘딱’하는 타구음과 함께 전근표가 두손을 번쩍 들었다. 홈런임을 직감한 것이다. 백구는 순식간에 우측 스탠드에 꽂혔다.
전근표는 결정적인 wo역전 투런홈런 한 방으로 그동안의 대타인생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