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현대)와 임창용(삼성)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다.
그러나 올 한국시리즈 들어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부진한 투구로 애를 태우고 있다.
올 한국시리즈만 놓고 보면 이제 배영수(삼성)와 조용준(현대)에게 최고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다.
올 정규시즌에서 고작 7승밖에 따내지 못했던 정민태는 한국시리즈를 명예회복의 무대로 삼겠다고 별렀다.
최고연봉(7억4,000만원) 선수에 걸맞는 활약으로 실추된 자존심을 곧추세우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패전투수를 면했을 뿐 형편없는 구위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통산 2차례나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가을사나이'라는 별명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10승으로 역대 1위이고 한국시리즈 6승으로 김정수(7승)에 이어 선동렬과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어 올해 최소한 공동 1위로 올라 설 수 있는 기회인데도 아직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현대 코칭스태프는 시리즈 직전 정민태의 구위가 되살아 났다고 판단, 제2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2차전에서 2회를 못넘기고 강판하는 수모를 당했다. 11타자를 상대로 5안타를 맞고 볼넷 2개를 내주며 무려 6실점했다. 비록 팀 타선이 폭발하는 바람에 8-8로 무승부를 기록,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에이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가 '썩어도 준치'라는 심정으로 다시 기회를 준 7차전.5회1사까지 버텼지만 경기내용은 2차전과 다를 게 없었다. 6피안타 3실점으로 또다시 강판, 5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1회초 양준혁의 타구가 한국시리즈사상 첫 3중살로 연결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1회도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올뻔 했다.
2경기에서 방어율 14.29.
임창용도 오십보 백보다. 공교롭게도 정민태가 선발 등판하는 날 임창용도 나란히 출격했다.
2차전에서는 팀이 6-4로 추격당한 2회1사후 선발 호지스를 구원했으나 나오자마자 송지만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5회까지 그럭저럭 잘 막던 임창용은 6회에 2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1개로 1사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2실점으로 연결돼 삼성은 잉길수 있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고 말았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지 못한 임창용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벤치에만 대기하고 있다가 또다시 7차전에 마운드에 올랐다. 바람잡이 선발이라는 전병호가 비교적 호투 4회1사까지 2실점으로 잘 버텼다.
팀이 6-2로 전세를 뒤집어 승기를 굳힐려는 찰나 임창용이 또한번 분탕질을 쳤다. 6회말 수비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잇따라 4안타를 맞으며 4실점했다.
삼성은 귀중한 1승을 챙길수 있는 기회에서 임창용이 또한번 기대를 저버려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제 팀 내 계륵같은 신세로 전락한 정민태와 임창용이 올 한국시리즈의 최종전이 될 수도 있는 9차전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