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이 없었더라면 이런 장기시리즈에서 승리할 수 있었겠습니까. ”
김시진 현대투수코치는 1일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정상에 오른 직후 이렇게 말했다.
평소 투수들을 거명까지 하면서 칭찬하는데 인색한 김 코치는 올해만큼은 조용준(25)의 노릇이 결정적이었다고 단언한 것이다.
사실 구원투수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통상 투수놀음이란는 단기전에서는 선발투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큰 경기에서는 예상치도 않은 타자들이 펄펄 나는 경우가 많아 구원투수가 MVP로 뽑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마무리투수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대표적인 경우가 구대성이다. 구대성은 1999년 당시 한화의 마무리투수로 뛰었고 1구원승과 3세이브를 기록하며 분전, 내로라하는 선발투수와 타자들을 따돌리고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타격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타격왕에 오른 현대의 브룸바와 거포 심정수(현대), 양준혁, 김한수, 박한이(이상 삼성) 등이 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장장 9차전까지 벌인 올 한국시리즈의 히어로는 현대의 마무리투수 조용준이었다. 조용준은 9차전에 앞서 총 6차례에 소방수로 투입됐다. 10⅓이닝을 던져 2세이브를 올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6차례의 등판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방어율 0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의 슬라이더 앞에서 삼성타자들의 방망이는 춤을 추기 일쑤였다. 삼성벤치에서도 조용준을 공략하지 못하면 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게 힘들다고 판단, 타자들에게 특별주문까지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조용준은 1일 9차전에도 8회부터 등판, 2이닝 2피안타 2실점했으나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돼 한국시리즈 방어율 제로를 유지하며 3세이브째를 기록, 생애 첫 MVP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