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새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코끼리' 김응룡 삼성 감독의 입이다.
김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다. 여기에 걸맞게 김 감독은 몇 차례 화끈한 말잔치로 언론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4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난 뒤 김 감독은 "우리 나라 기자들 수준이 딱 이 모양이다. 왜 미국처럼 선진 야구를 하자고 말 못하느냐"고 일갈했고 이는 각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5차전이 끝난 뒤에 선발 투수 호지스를 꾸짖으면서 "이제 걔는 완전히 끝이야. 니XX 시X"이라며 육두문자를 퍼붓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기 전 김 감독 주변엔 항상 제일 많이 기자들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몰려들곤 한다. 김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살아 숨쉬며 꿈틀대기 때문이다.
오해도 받고 인기도 있는 김 감독을 가까이 하기 위해선 그의 말에 숨겨진 '진의'를 잘 파악해야 한다. 김 감독의 선수 선호도도 그의 의중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의 농담에 약한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강동우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김 감독이 훈련 중인 강동우에게 말한다. "야, 그런 식으로 야구 해서 얼마나 하겠냐. 빨리 딴 일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라고. 애정이 담긴 말이지만 강동우는 이 말에 바짝 얼어 표정이 굳어 버린다. 김 감독 스스로도 이같은 반응에 놀라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그후 둘 사이엔 냉기가 흐를 수밖에 없다.
반면 김 감독의 '농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권혁 등 젊은 투수들이다. "야. 그렇게 던지면 누가 못치겠냐"고 인상을 쓰고 말해도 권혁은 "감독님, 오늘은 자신있습니다. 잘 던질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라고 오히려 맞받아친다.
이정호 같은 투수는 아예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에게 용돈을 달라며 떼를 써 용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200달러를 줬더니 '백화점에서 봐둔 가방을 사려면 더 주셔야 한다'고 말해 김 감독이 실소를 터뜨린 적도 있다. 약한 자에게 더욱 엄하고, 넉살 좋은 선수에게 더욱 친근한 게 김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