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한국시리즈 종착역에는 비가 내려
OSEN 홍윤표 기자 chu 기자
발행 2004.11.01 23: 05

2004년한국시리즈의 끝은 ‘비’였다.
11월1일 잠실 구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 9차전은 폭우 속에서 ‘수중전’으로 전개 됐다.
세찬 빗발과 흙 범벅이 된 마운드를 고르느라 경기가 두 차례나 중단됐고 논바닥 같은 수렁 속에서 선수들은 빗물에 시야가 가린채 수비를 하느라 갈팡질팡했다. 경기 초반 양팀 투수들은 폭투를 범하는가 하면 실책이 잇따르는 등 수준 이하의 흐름으로 점철됐다. 진창에 나뒹군 선수들의 몸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악전고투라는 말 그대로였다.
3차례의 무승부로 인해 사상 초유의 9차전까지 간 올해 엽기적인 한국시리즈의 완결편을 보는 듯했다.
역대 한국시리즈가 빗 속에서 치러진 것은 이번이 모두 3번째. 비로 인해 연기된 경우는 5차례 있었다. 1993년 10월22일 해태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대구)과 4년 뒤 97년 같은 날 해태와 LG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열렸다. 93년은 삼성의 8-2승리, 97년은 해태의 5-1승리였고 공교롭게도 이번 한국시리즈 9차전 포함 김응룡 감독이 3번 모두 한쪽의 사령탑으로 지휘한 것이 이채롭다.
이날 9차전은 2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투수판에 흙이 엉켜 정상적인 투구를 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자 경기를 중단시키고 마운드를 재정비했고(6분간 중단) 8회말에는 빗발이 굵어져 도저히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삼성 선발 김진웅은 2회 경기 속개 직후부터 난조를 보이며 난타당했고 폭투와 포수견제 악송구, 1루수 수비실책이 거푸 나오는 등 삼성이 엉겁결에 무려 8실점했다.
현대 선발 신인 오재영은 2회 말 볼 컨트롤이 제대로 안돼 나광남 구심의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해괴한 장면을 선사했다. 투수의 공이 구심을 직격한 것은 전대미문의 불상사.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으나 나광남 구심은 마스크를 벗고 한 동안 고통을 추스르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비 예보 탓인지 9차전은 내, 외야 관중석이 휑뎅그렁하게 비어 있어 볼썽조차 사나웠다.
일본 매스컴이 ‘구사(草)야구(=동네야구)’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들이 속출했다. 돔 구장 하나 갖추지 못해 열악한 구장 환경에서 경기를 소화할 수밖에 없는 2004년 한국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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