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외야수 전향 성공할 것인가.
4일 서울고에서 열린 지도자 강습회에 참석한 보비 밸런타인(54)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이 이승엽(28)을 1루수에서 외야수로 전향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이승엽이 외야수로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이 운동 신경이 뛰어나 잘 적응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1루 수비와 외야 수비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외야수의 첫째 조건은 빠른 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수비 범위가 그만큼 좁아 타구를 쫒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또 외야수는 좌우뿐만 아니라 앞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발 외에도 타구 방향이나 비거리를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 프로 데뷔 시절인 95년 잠시 외야수로 출장한 경험밖에 없는 이승엽이 이런 감각을 하루 이틀 새에 익히기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또 다른 문제는 타격이다. 수비가 안 될 경우 타격도 함께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이승엽이 국내에서 많은 홈런을 때리며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홈런 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수비부담이 적은 1루수로 뛰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비부담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으면 많을 수록 타격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이종범이 좋은 사례다. 원래 유격수로 주니치에 입단한 이종범은 수비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내면서 타격도 함께 슬럼프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종범은 외야수로 전향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또 이승엽의 외야수로서 송구 능력도 의문이다. 원래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으나 팔꿈치 이상으로 야수로 전환,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이승엽이 과연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빠른 송구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외야수 세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이승엽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본에서는 타격과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외야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타격은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비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어 자칫 잘못했다가는 외야수 전향이 이승엽에게 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이승엽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 또한 있다.
1루수는 보통 홈런 20~30개에 2할8푼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구단들이 보통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출신 거포를 1루수로 영입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올해 이승엽은 구단의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승엽에게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면서 홈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홈런을 너무 의식하다보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는데 외야수로 뛰면 타격에 더 비중이 주어지는 1루수보다는 홀가분하게 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