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밤비노의 저주'를 푼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각종 방송 출연은 물론 행사에 참석해 우승팀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MVP 매니 라미레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인 데이비드 오르티스는 미·일 올스타전 참가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지만 데릭 로 등 나머지 주축 선수들은 우승 축하행사 참석에 여념이 없다. 보스턴 선수들은 4일(한국시간) 미프로농구(NBA)의 보스턴 지역 연고팀인 셀틱스의 구장을 찾아 우승 트로피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보스턴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처럼 우승 뒷풀이에 즐거운 보스턴 구단이지만 앞으로 예정된 우승 축하행사 중에 한가지 꺼림직한 일이 생겨났다. 내년 초에 있을 예정인 대통령의 월드시리즈 우승팀 초청행사가 그것이다. 백악관은 매년 초에 전년도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초청해 우승을 축하하며 선수들과 즐거운 만남의 자리를 갖곤 했다.
보스턴도 내년 초에 백악관에 초청될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지난 3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두 진영으로 갈라져 분열양상을 보였던 보스턴으로선 재선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행사가 곤욕스럽게 됐다. 특히 부시보다는 민주당 후보였던 연고지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인 존 케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존 헨리 구단주와 테오 엡스타인은 쑥쓰러운 자리에 서게 될 전망이다.
반면 부상으로 수술을 앞두고도 목발을 짚은 채 부시 유세장을 찾는 등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에이스 커트 실링은 부시와의 재회가 보스턴 우승 때만큼이나 기쁜 일이 됐다. 자신이 그렇게 지지했던 부시가 재선됐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부시로서도 아픈 발을 이끌고 유세장을 찾아 한 표를 호소하는 연설을 해준 실링의 도움에 감사인사를 표할 것은 확실하다.
내년 초에 있을 보스턴 선수단과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의 자리가 어떤 모습을 보일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