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운동가' 델가도 명분이냐 실리냐
OSEN 김정민 기자 < 기자
발행 2004.11.05 17: 23

‘반미 운동가’ 카를로스 델가도(32)가 12년간 머문 토론토를 떠나 미국 구단으로 이적할 지 여부가 흥미롭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슬러거 델가도는 토론토를 사랑한다. 그는 지난 7월에도 구단이 정규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자신을 트레이드 하려는 것을 알고 계약 기간을 채우겠다며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LA 다저스 같은 구단이 그의 영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올시즌 2할6푼9리 32홈런 99타점을 기록한 그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워 줄 수 있는 연봉만 준다면 토론토에 남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가 토론토에 남으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델가도는 미국을, 아니 미국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델가도는 미국의 자치령인 조국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반미주의자’다.
그는 수 년 동안 거액을 투자해 미국 해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에케 섬에서의 군사 훈련 금지 운동을 주도했다. 델가도는 가수 리키 마틴, 복서 펠릭스 트리니다드 등과 함께 비에케 섬에서의 비인도적인 군사훈련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비에케 섬에서의 폭격 훈련은 지난해에야 중단됐다.
델가도는 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토론토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침공을 ‘역사상 가장 멍청한 전쟁’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여름에는 7회 공수 교대시 가 연주될 때 그라운드 도열을 거부해 온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의사 표현을 위해 가 연주될 때 덕아웃에 머무르는 ‘기개’를 보였다. 특히 매 경기마다 를 연주하는 양키스타디움에서는 5만 관중의 야유를 받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이런 정치적 성향을 보면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워싱턴 이전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비미국 구단인 토론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것이 옳을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5000만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토론토는 이 중 1/3 이상을 델가도의 몸값으로 지불했다. 델가도의 올 시즌 연봉은 1970만달러. 연봉 서열 2위인 로이 할러데이가 600만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토론토가 델가도의 자존심을 세워 줄 만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토론토는 ‘반미’를 소신으로 하고 있는 델가도에게 이상적인 구단이다.
수 차례 토론토와 토론토 시민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혀온 델가도가 정치적인 소신을 위해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캐나다에 남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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