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20분께. 선동렬 삼성 신임감독은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끊기 위해 동대구역 매표구에 서 있었다.
급작스런 감독 임명 통보에 흥분된 마음으로 본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선 감독은 "지금 기차표를 끊고 있다"며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연결됐다. 오후 1시39분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은 그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동행이 없는 듯했지만 그의 옆에는 스승인 김응룡 감독이 앉아 있었다.
김 감독이 옆에 있어서인지 선 감독은 말을 아꼈다. "갑작이 감독에 임명돼 지금 당장 특별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문을 연 선 감독은 "이제 차근차근 내년 시즌에 대비한 전력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차츰 말소리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감독님의 명예롭게 용퇴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그는 "계약기간은 5년이다"며 "여유가 있는 만큼 당장 성적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팀다운 팀을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역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5분. 짧지만은 않은 시간. 현역시절 최고의 승부사로 이름을 떨친 김응룡 전 감독과 국보급투수로 명성을 날린 선동렬 새 감독.
1985년 후반기에 선동렬이 해태 타이거즈 선수로 입단하면서 감독이었던 김응룡 감독과 그 이후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한국 프로야구계의 신구 거물은 이제는 감독과 구단프런트의 수장으로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사장으로 부임하는 김응룡 감독. 22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마감하는 게 못내 아쉬운듯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는 게 선 감독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