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팬들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 전체의 눈과 귀가 플로리다주 키비스케인으로 집중되고 있다. 빅리그 30개 구단 단장들과 선수 에이전트들은 이곳에서 10일부터 13일까지 내년 시즌 구상에 맞는 선수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논의 등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펼친다. 이미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한국인 빅리거들의 이름도 트레이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번 단장회의에서 한국인 빅리거들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된다. 한국인 빅리거들을 둘러싼 트레이드 전망을 중간 점검해 본다.
▲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31)-'약팀만 아니면 가도 좋고 남아도 해볼 만하다'
이미 댈러스 지역 신문은 물론 시카고 등의 언론에서 박찬호의 트레이드를 주장하고 있다. 댈러스 언론은 박찬호가 홈 구장인 세이프코필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로의 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고 시카고 언론은 시카고 커브스 새미 소사와의 맞트레이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박찬호의 손에 달려 있다. 시즌 막판 부활투로 자신감을 얻은데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박찬호는 '약팀만 아니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부상전력 등으로 트레이드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웬만하면 텍사스에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도 단장회의에서 박찬호를 트레이드 물망에 올려 놓고 상대 팀을 찾겠지만 높은 몸값과 부상에 따른 부진한 성적 등으로 성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김병현(25)-'아직도 내가 마무리로 보이나봐'
시즌 중반에도 트레이드설이 난무하더니 월드시리즈 도중에는 일본행까지 불거졌다. 최근에는 콜로라도 지역 언론이 콜로라도 로키스의 마무리로 영입할 만한 투수로 꼽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내년 연봉이 600만달러로 수준급 선발 투수 몸값이지만 타 구단들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이 보여준 마무리 솜씨를 더 높이 사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보스턴 구단이 월드시리즈 주축 멤버로 프리에이전트를 선언한 페드로 마르티네스, 데릭 로, 제이슨 베리텍 등과의 협상에 주력하고 있지만 프리에이전트들과의 문제가 정리된 다음에는 김병현의 거취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뉴욕 메츠 서재응(27)-'선발 투수로 뛸 수만 있으면 어디든 좋다'
시즌 종료 후 오마 미나야 신임 단장과 면담을 갖고 '공정한 선발 경쟁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메츠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이 꽉 차 있는 상태이지만 프리에이전트를 선언한 알 라이터나 크리스 벤슨과의 재계약이 실패해도 또 다른 특급 선발 투수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재응으로선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서재응은 이번 단장회의에서 그를 원하는 구단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에이전트에게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으로의 트레이드를 희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메츠 구단도 팀 정비가 대충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서재응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김선우(27)-'새 연고지에서 뛰고는 싶은데 감독이 걸리네'
지난 겨울에는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안정된 구위를 선보여 자신감을 되찾았고 팀도 프랜차이즈를 몬트리올에서 워싱턴 D.C.로 옮겨 분위기를 일신하는 등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하지만 작년부터 완전한 믿음을 보여주지 않은 채 '옹고집 투수운용'을 보여주고 있는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내년에도 지휘봉을 계속 잡을 것이 유력시 돼 찜찜하다. 신시내티 시절 '트레이드의 귀재'로 불리던 신임 보덴 단장이 김선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선우로선 다른 구단으로 가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빅리그 선발 투수감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LA 다저스 최희섭(25)-'더 이상은 싫다. 다저스에서 붙박이로 뛰고 싶다'
빅리그 2년차이지만 벌써 2번씩이나 팀을 옮겼다. 다행히 다저스 디포디스타 단장으로부터 '내년 시즌 붙박이 1루수'라는 언질을 받고 있어 당분간은 '트레이드전선'에서 비켜나 있을 전망이다. 현재로선 한국인 빅리거 중에서 가장 안전지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빅리그이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전력보강의 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구단들은 트레이드에 관한 한 아직까지 거부권 등의 권리가 없는 선수들을 언제 어디로 보낼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