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의 저주’를 풀며 보스턴 시민의 구세주가 된 커트 실링(38).
아메리칸리그 다승왕(21승6패 방어율 3.26, 탈삼진 203개),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르기까지 실링은 1988년 데뷔한 이래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든 투수들의 꿈을 모두 성취했으니 실링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링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투수에게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것.
2001년 월드시리즈 MVP에도 올라 봤지만 로저 클레멘스(7회) 랜디 존슨(5회) 그렉 매덕스(4회) 페드로 마르티네스(3회) 등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당대 최고 투수들이 여러 차례 받아 본 사이영상만은 손에 넣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실링은 자신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올 정규시즌에서 다승왕에 오른데다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의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에 경쟁자는 호안 산타나(25.미네소타 트윈스)가 유일하다.
산타나 역시 빅리그 데뷔 4년째인 올해 20승6패, 방어율 2.61, 탈삼진 265개를 기록해 ‘사이영’급 기록을 달성했다.
포스트시즌에 앞서 아메리칸리그의 사이영상 후보로 산타나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했던 그 어떤 전문가조차 없을 정도였다.
물론 사이영상 수상에 중요한 잣대가 되는 다승 방어율 탈삼진 등에서 실링이 산타나를 능가한 기록은 다승뿐이다.
이 밖에 선수 개인별 기록인 WHIP(Walk Hitting Inning Pitched-한 이닝당 볼넷 및 안타로 타자를 출루시키는 비율)을 평가하더라도 실링(1.12)은 산타나(0.87)에게 다소 뒤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링은 86년 만에 소속팀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과 다승왕 타이틀 그리고 3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함에 따라 사이영상 수상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더욱이 10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발표에서 객관적인 기록이 앞서 수상이 유력시 됐던 로이 오스월트(20승.휴스턴 애스트로스) 대신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로저 클레멘스가 낙점됨에 따라 실링도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사이영상 도전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발표가 내셔널리그의 로저 클레멘스처럼 실링의 새로운 신화 창조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