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까지 떨어져 봤기 때문에 느낀 점이 많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귀국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을 대비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부인 이송정 씨와 함께 15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승엽은 "실제로 겪은 일본야구는 우리와 너무 달랐다"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올 시즌에 노춣된 약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재기를 다짐했다.
이승엽은 또 밸런타인 감독에 대한 질문에 "프로는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말할 뿐이다. 못할 경우 비난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대답해 밸런타인 감독에 서운한 감정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귀국소감은
오래간만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대하니까 긴장된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올 시즌을 평가한다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쳤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일본야구를 겪어본 소감은-
일본으로 가기 전에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부족했다는 점을 실감했다. TV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만 듣던 것과 실제 일본 야구는 판이하게 달랐다.
몸으로 겪어봐야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최고였지만 외국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투수들이 공 끝이 좋고 코너웍이 뛰어나다. 수 싸움에도 능하다. 국내 투수들과 볼 배합이나 투구 패턴 등이 너무나 다르다. 또 일본 야구 자체가 국내 야구와는 너무 다른 스타일이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쉬운 점도 많았을텐데-
내가 해보고 싶은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2군으로 떨어지거나 했을 때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중심이 없이 흔들리며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간 것이 불만족스럽다.
-외야수로 포지션 이동은-
마무리 훈련 기간 동안 좌익수 수비 연습을 했다. 하지만 적응이 쉽지가 않다. 9년 동안 1루수를 했는 데 1루에 워낙 좋은 선수가 있어서(후쿠우라 가즈야) 넘어서기가 어려울 것 같다. 후쿠우라는 실전에서 좌익수 수비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타격 부진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일본 투수들의 구질에 적응이 안됐고 삼진을 두려워 하다보니 갖다 맞히는 데 급급한 스윙이 되면서 상체가 무너지고 하체가 흔들렸다. 마무리 훈련을 하며 스프링 캠프와 현재의 타격폼을 비교해봤는데 현재의 타격폼을 보며 '이건 선수도 아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무리 훈련은 어떻게 소화했나-
그 어느 시즌보다 열심히 했다. 올해 못한 만큼 내년에는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팀의 비디오분석가들의 도움이 컸다.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하며 스스로의 문제점이 무언가 짚어봤다.
-한국에서의 일정은-
나이키 초청행사 2개를 제외하고는 현재 구체적인 스케줄이 잡힌 것이 없다. 운동에 전념해야하지 않겠나. 모교인 경북고에서 운동할 생각이다.
-경산 캠프는 가지 않는가-
삼성을 생각하면 스스로 많이 약해지는 것 같아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약해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지바 롯데의 김병현 스카우트설이 있었는데-
한국선수가 와서 함께 뛰게 된다면 나야 싫을 것 없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 내가 뭐라고 할 계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야구로 오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밸런타인 감독과의 관계는-
노 코멘트다. 선수는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성적이 안 좋으면 쏟아지는 비난은 당연하다고 본다.
-내년 시즌 각오는-
올 시즌에는 스스로도 약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생각된다. 내년에는 강해지겠다. 최고의 자리에서 밑바닥까지 떨어져 봤기 때문에 느낀 점도 많았다. 내년에는 일본에서 맞는 두번째 해라서 좀 더 일본야구에 적응이 될 것이라 본다. 팀에 친화력도 생길 것이고 플레이 자체가 편안하게 이뤄질 것 같다.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 이승엽의 본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겠다.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했던 웃는 얼굴로 돌아오겠다는 약속,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