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레로 형제의 엇갈린 운명
OSEN 박상은 기자< 기자
발행 2004.11.17 19: 35

동생은 ‘MVP’, 형은 ‘저니 맨’.
게레로 형제의 얄궂은 운명을 이 이상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17일(한국시간) 2004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된 블라디미르 게레로(29)에게는 윌튼(31)이라는 형이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이 두 형제는 윌튼보다 위인 형 훌리오와 함께 지난 1993년 ‘3형제 메이저리그 동시 입성’이라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메이저리그에 입문했다.
이들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며 안착한 곳이 LA 다저스.
당시 다저스의 감독인 토미 라소다는 세 형제 중 훌리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훌리오 영입은 이내 곧 ‘실패작’으로 판명돼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다저스는 이어 블라디미르와 윌튼을 스카우트했고 다저스는 야구 센스가 더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형인 윌튼과 계약하게 된다.
블라디미르는 다저스 대신 93년 3월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4년간 수행한 이들은 97년에 정식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인 97년 블라디미르는 3할2리의 타율과 11홈런, 윌튼은 타율 2할9푼1리, 4홈런을 기록해 빅리그 데뷔 첫 형제간의 대결은 블라디미르의 신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 형제간의 경쟁은 데뷔 첫 해인 199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97년 이후 블라디미르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활약한 8년을 포함, 올해 애너하임으로 이적해 통산 3할2푼5리의 타율과 27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로 자리잡은 반면 그의 형 윌튼은 LA, 몬트리올 신시내티, 캔자스시티를 전전하면서 ‘저니 맨’의 신세로 몰락했다.
윌튼은 올해도 24게임에 나서 홈런없이 2할1푼9리의 쓸쓸한 기록만을 남긴 채 내년 시즌 다시 새 직장을 구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98년 박찬호가 선발했던 경기에서 ‘부정배트’사건까지 일으켜 도덕성까지 의심받게 돼 몬트리올로 전격 트레이드 된 이후 블라디미르와 함께 잠시 안정적인 메이저리거 생활을 하는 듯 했으나 다시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본격(?)적인 ‘저니 맨’ 인생을 살고 있다.
동생의 화려한 날개짓을 바라보며 부활을 꿈꾸는 윌튼 게레로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MVP’ 의 형이라는 닉네임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