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과 양키스 단장의 차이는 '하늘과 땅'
OSEN 뉴욕=대니얼 최 통 기자
발행 2004.11.19 09: 35

한마디로 실세와 허세 단장의 차이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영입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앙숙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반면 30대의 젊고 패기 넘치는 단장이 팀을 이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37)과 레드삭스의 테오 엡스타인(30) 단장의 처지가 최근 극명하게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리전스필드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회동을 갖고 영입 조건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3명의 양키스 부사장들이 참석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를 보좌했지만 정작 캐시먼 단장은 그런 모임이 있는 사실 조차 몰라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키스 측은 페드로와의 만남이 의례적인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다른 팀의 경우 단장이 이처럼 중요한 미팅에 빠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올 시즌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한 책임을 묻는 차원의 '캐시먼 단장 왕따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견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단장의 영역까지 월권 행사를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빌리 마틴 전 감독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로부터 해고 당했다 다시 감독으로 임명 받기를 4번이나 거듭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시즌에도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게리 셰필드와 케니 로프턴을 직접 면담한 뒤 영입을 성사시켰다. 또 캐시먼 단장이 하비에르 바스케스와 케빈 브라운을 영입하자고 건의했을 때 브라운의 경우는 셰필드가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고 난 후에야 최종 재가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캐시먼 단장이 제이슨 지암비의 백업 1루수로 토니 클라크와 계약을 체결한 것과는 별도로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트래비스 리를 팀에 끌어 들여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캐시먼은 '허수아비 단장'인 셈이다.
 이에 반해 보스턴 엡스타인 단장은 레드삭스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페드로가 만난 바로 다음날인 18일 엡스타인 단장은 래리 루치아노 사장과 부랴부랴 플로리다로 향해 보카 라톤의 존 헨리 구단주 집에서 페드로와 긴급 면담을 갖는 발 빠른 대응을 했다.
 이미 2년간 2550만 달러의 연봉에 계약 3년째인 2007년 1300만달러의 옵션을 제시한 엡스타인 단장은 3년 계약을 주장하는 페드로와 의견 조율을 나누고 절대로 숙적 양키스에게 그를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엡스타인 단장은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공로자로 추앙 받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승률 5할을 못 넘기고 해고를 당했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선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커트 실링의 영입, 프랜차이즈 스타인 노마 가르시어파러의 전격적인 트레이드 등이 다 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프 시즌 동안에도 엡스타인 단장은 우승의 주역 중에서 16명이나 FA가 됐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구단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다. 또 주위에서 김병현을 트레이드 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재활프로그램을 직접 챙겨 건네는 등 소신 있는 자세로 일관해 구단주의 독단적인 일 처리에 말 한마디 못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양키스의 캐시먼 단장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똑같은 30대에 똑같은 단장 보직을 맡고 있지만 둘의 차이는 이처럼 천양지차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