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우승하면 안되는 이유
OSEN 정연석 기자 < 기자
발행 2004.11.24 00: 00

몇 년 전 한국에 특파원으로 나와 있던 한 일본인 기자가 '맞아죽을 각오로 썼다'는 책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한국인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한 그의 책은 당시 국내 지성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기자도 삼성팬들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삼성이 내년 시즌에 우승하면 안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선동렬 신임감독의 성공을 기원하는 팬이기도 하지만 삼성은 내년 시즌에 절대 우승하면 안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지금부터 쓰는 얘기가 일방적일 수 있다. 그러나 꼭 일방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삼성이 절대로 우승해서는 안되는 첫 번째 이유.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프로스포츠만큼 자본주의에 맞아떨어지는 산업도 없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화려한 이면에는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그라운드에서는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어플레이 정신의 핵심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상대를 무시하면 페어플레이가 성립될 수 없다.
국내 프로야구계로 눈을 돌려보자. 현재 8개구단이 있다. 몇몇 팀은 모기업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프로야구판에서 발을 빼고 싶지만 팬들과 국민의 시선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는 경제논리에 절대 맞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구단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구단마다 매년 백억 원대 적자가 누적된 지 오래다. 내가 만약 CEO라면 돈도 안되는 사업을 일찌감치 정리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8개구단을 운영하는 오너들의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다 청년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야구는 23년을 버텨왔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은 차치하고서라도 프로야구가 그만큼 인기를 누려왔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찌 보면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는 이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와 ‘그 나물에 그 밥’인 프로야구에 식상한 팬들이 외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이다.
이런데도 삼성만은 다르다.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걱정하는 타구단의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게 삼성이다.
우승도 좋고 명문구단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맞설수 있는 제대로 된 파트너가 있어야 장도 서고 매치 메이킹도 되는 것이다.
심정수 박진만까지 싹쓸이 한 삼성의 행보는 나혼자만 잘되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일방적 패권주의나 다름 없다.
당장 내년 시즌에 삼성과 맞설 수 있는 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스포츠는 의외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흥미를 끌 수 없다. 이미 해답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삼성이 우승을 못하는 게 이상하기 때문이다. 마치 거인을 상대로 7명의 어린이가 돌을 던지는 형국이다.
적어도 프로야구 전체를 생각하는 구단이라면 삼성은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칼을 휘둘러댄다면 프로야구는 삼성만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우승하면 안되는 두 번째 이유.
그동안 삼성은 돈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청부사 김응룡 감독을 해태에서 영입하고 타 구단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을 수혈, 팀을 꾸려왔다.
많은 야구인들은 1995년 이동수 이후 단 한 명의 신인왕도 배출하지 못한 삼성이 프로야구계을 위해서 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힐문을 던진다. 물론 다분히 감정이 섞인 말이다. 이승엽도 있었고 양준혁 배영수 등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삼성이 배출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러나 야구인들의 이같은 시각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남의 집에서 잘 키운 재목을 돈으로 사버리는 부자가 삼성이다. 무차별적인 돈 공세 앞에 군소 구단은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부자에게 필요한 덕목도 많다. 깨끗하게 부를 쌓아야 하고 어려운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 무슨 선문답이냐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덩치 큰 기업, 힘이 센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금도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은 그렇지 못하다. 적어도 돈이면 다 되고 못할 게 없다는 게 삼성의 생각인 듯 싶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상대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제일주의도 아닌 일방주의를 앞세운 삼성이 적어도 내년 시즌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못했으면 한다. 그래야 다른 팀들도 살고 야구가 다시 인기스포츠로 도약할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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