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에는 왜 신조같은 선구자가 없을까
OSEN 로스앤젤레스=린다 기자
발행 2004.11.24 00: 00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지난 22일 '빅리그행을 노리고 있다'고 대서특필한 것이 무색해졌다. 빅리그 홈페이지에 소개된 다음 날인 23일 한국 프로야구에 사상 최고의 몸값을 받으며 남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와 4년에 60억원 계약을 맺은 '헤라클레스' 심정수 이야기다. 심정수로선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꼭 몸값을 올리려고 빅리그행을 부풀린 꼴이 됐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심정수가 한국야구에 잔류하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빅리그행을 꿈꾼다며 영어회화도 열심히 배우고 빅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선수중 가장 빅리그에 적응하기 좋은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들었던 심정수였기에 팬들의 아쉬움이 더한 것이다.
 물론 심정수 자신도 '꿈대신 돈'을 좇아 국내에 남게 된 것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빅리그 구단에서는 삼성만큼의 대우를 해줄지는 의문이었기에 현실적으로 국내에 남는 것이 나았겠지만 최고의 무대인 빅리그에서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입증해 줄 도전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팬들에게는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에도 '국민타자' 이승엽(롯데 지바 마린스)이 빅리그를 노크하다가 막판에 실리를 따라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 팬들을 실망시킨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 셈이다.
 '프로는 돈'이라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꿈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의 선수들이 돈보다는 도전정신으로 미국 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있는 한국팬들로선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일본 출신 중에서 대표적인 선수가 신조 쓰요시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했지만 그는 2000년 한신 타이거스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1백만달러(1억엔 이상) 연봉이 보장됐던 일본을 뒤로 하고 연봉 60만달러를 받고 1년 계약에 뉴욕 메츠에 입단,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신조는 2년간 메츠에서 뛰면서 평범한 성적을 내는데 그쳤지만 독특한 패션과 파이팅 넘친 수비로 빅리그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조에 이어 스즈키 이치로가 2001년 3년 동안 모두 900만달러를 받고 시애틀에 입단했고 2002년에는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마쓰이 가즈오(뉴욕 메츠) 등 일본 프로야구 스타출신 타자들이 빅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이치로도 이적 당시 일본에 있을 때보다도 적은 돈을 받았지만 빅리그에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3년에 3백만달러의 조건으로 입단한 35살의 외야수 다구치 소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지난 2년간은 빅리그보다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기간이 많았지만 도전 정신으로 버틴 뒤 올해는 빅리그에서 109게임에 출장, 2할9푼1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주로 대수비나 대타로 활약한 그는 공격보다는 수비력만큼은 빅리그 최상급임을 보여줬다.
 이처럼 일본 프로야구 출신 타자들은 신조의 의미있는 도전 이후 빅리그에서도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 미국 야구 전문가들은 '일본야구는 빅리그와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과연 누가 이승엽 심정수가 못다 이룬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서 빅리그 도전의 꿈을 달성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시기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게 많은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이 빅리그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날이 올 때 한국야구 수준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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