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23일 현대 유니콘스에서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온 거포 심정수와 특급 내야수 박진만을 총액 99억원에 전격계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사정이나 프로야구 시장상황에서 이처럼 돈을 펑펑 쏟아붓는 것은 프로야구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삼성을 세차게 비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최고로 투자하는 구단이 최고 명문구단이 될 시점이 됐다'고 옹호하는 팬들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까지는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의 엄청난 투자가 프로야구 질서를 해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현재까지 삼성은 정해진 자유계약선수제도에 따라 선수를 잡았을 뿐 프로야구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았다. 구단 재정형편이 타구단 보다 나은 삼성이 돈을 더 썼다고해서 온갖 비난을 다 감수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정녕 삼성이 미국의 뉴욕 양키스나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투자와 성적에서 명실상부한 최고구단이 되면 안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제 한국프로야구도 23년의 역사가 쌓인 만큼 간판구단이 하나 정도는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것이 삼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야구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필수요소다
혹자는 '굳이 삼성처럼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데 저렇게 파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해야겠냐'며 삼성의 씀씀이를 비난한다. 맞는 얘기다. 야구란 운동은 농구나 배구와 달리 한두 명의 특급 스타를 보강했다고 해서 정상에 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돈쓰기로 따진다면 이미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으로 기록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삼성보다 돈을 적게 써왔던 기아 타이거즈(전 해태 타이거즈)가 9번, 현대 유니콘스가 4번 등으로 삼성의 2번 우승보다 훨씬 앞섰다. 삼성은 매년 타구단보다 많은 돈을 쓰는 구단이다. 그렇지만 우승은 1985년 통합우승과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전부다.
이처럼 우승에 목말라하는 삼성이 5년 전부터 시행된 '자유계약선수제도'에 힘입어 스타 플레이어들을 쓸어담고 있다. 당연히 매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투자다. 덕분에 2002년 숙원이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답게 한국 프로야구판에서도 최고의 투자로 최고의 명문구단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시리즈 연전연승이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또 어떤 이는 '돈을 앞세운 삼성이 독주하면 프로야구판이 재미가 없어져 더욱 시들해질 것'이라며 걱정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틀렸다. 기아 전신인 해태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할 때인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해태가 한국시리즈에만 올라가면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시기였지만 프로야구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당시 해태는 지금의 삼성처럼 돈을 앞세우기보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시리즈 연전연승이 프로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말은 맞지가 않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의 예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최강전력을 앞세운 특정팀이 월드시리즈 연속우승을 일궈냈다고 인기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근년에 최고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월드시리즈 3연패에 성공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설령 삼성이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며 페넌트레이스 1위를 독주한다고 해도 한국시리즈에서는 얼마든지 이변이 나올 수 있다. 그 때문에 팬들의 관심은 더 지속될 수 있다. 팬들은 과연 올해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며 투자한 보람을 얻을 것인지, 또 다음해에도 삼성이 한국시리즈 챔피언 타이틀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양키스나 요미우리도 비난 속에 최고 명문으로 군림하고 있다
많은 팬들이 삼성을 '돈성'이라고 부르며 비난해도 삼성은 흔들릴 필요까지는 없다.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인 뉴욕 양키스나 일본 프로야구 최고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온갖 비난을 받고 있지만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명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돈 씀씀이로 따지면 사실 삼성은 양키스나 요미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경제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양키스나 요미우리는 씀씀이에서 자국의 타구단을 압도한다. 양키스는 올해 연봉 총액 규모가 1억8000만달러(약 1980억원)으로 빅리그 1위를 기록하며 2위인 1억2000달러의 보스턴 레드삭스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최저 연봉팀 밀워키(2752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7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양키스는 올해 특급 프리에이전트를 대거 붙잡으려고 달려들고 있는 판국이다. 올 포스트시즌서 앙숙 보스턴에 패해 월드시리즈 제패를 이루지 못한 한을 내년에는 풀겠다는 태세로 내년에는 연봉 총액규모가 사상 최초로 2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양키스처럼 돈을 많이 쓰는 구단들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치세를 도입하고 있지만 양키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다인 월드시리즈 26회 우승이 거저 주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빅리그팬 중 절반은 양키스팬이고 절반은 '앤티 양키스'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 '스타 컬렉션'이 취미인 괴짜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자는 아무도 말리지를 못한다. 이런 이유로 양키스는 '악의 제국'으로 불리운다.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요미우리는 1950년부터 치러진 54차례의 일본시리즈에서 40%에 가까운 스무 번이나 정상에 오른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 명문구단이다. 요미우리도 양키스 못지 않게 일본 내에서는 돈자랑을 하는 구단이다. 요미우리는 올해 평균연봉(6394만엔.약 7억원)과 총연봉 1위(40억2820만엔)였고 특히 1군 엔트리 평균연봉(1억2525만 엔)에서는 독보적이었다. 1군 총액연봉(30억602만 엔)으로도 2위 요코하마(23억3350만 엔)보다 6억7000만엔 이상이 많다. 최저연봉팀 히로시마(10억9300만엔)에 비해서는 거의 3배 수준이다.
그렇지만 요미우리도 각 구단의 특급 스타를 빼오거나 거물 용병을 영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자이언츠(巨人)란 이름 그대로 일본 프로야구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거인’이다. 발행 부수가 1000만부에 달하는 요미우리신문, 민방업계 정상을 오르내리는 니혼TV 등의 힘을 업고 얼마 전 사임한 와타나베 전 구단주의 독선에 가까운 구단운영과 투자로 최고 명문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일본 야구팬 6000만명 중 4000만명이 요미우리 팬이라고 밝힐 정도로 최고 인기 구단이다.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타구단을 압도하는 투자 덕분에“1번 타자부터 9번 지명타자까지 모두 다른 구단에서는 4번 타자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강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점에서는 이제 삼성도 한국 내에서는 양키스나 자이언츠 못지 않게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시리즈 연속제패로 진짜 명문이 되는 것
삼성은 매년 특급 자유계약선수를 데려가면서 한국 프로야구 스타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삼성이 주는 '단꿀(돈)'을 먹기 위해서이다. '돈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스타 플레이어라면 일확천금을 꿈꾸며 삼성행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삼성으로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 몸담고 싶은 구단으로 여겨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면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갈 수는 없다. 야구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명문의 전통을 쌓아야만 선수들이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이 이제부터 달성해 나가야할 목표가 이것이다.
한마디로 돈이면 돈, 성적이면 성적 양쪽 모두에서 최고를 달릴 때에만 명실상부한 최고 명문구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자국 내 스타 플레이어들이 입단을 꿈꾸는 구단이다. 양키스나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돈과 명예를 쥘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팀에 있을 때에는 '앤티 양키스'였던 스타들도 정작 양키스가 부르면 달려갈 태세일 정도다. 요미우리도 다른 팀에서 뛰던 특급 스타들이 은퇴 전에 꼭 한 번 유니폼을 입어 보기기를 갈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삼성이 양키스나 자이언츠처럼 되기위해서는 양팀처럼 성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삼성이 과연 양키스나 자이언츠처럼 야구실력으로도 최고를 달리며 명문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