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에이스 정민태(34)는 요즘 휴대폰을 꺼놓은 채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그는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단 1승도 건지지 못해 ‘한국시리즈 사나이라’는 명성에 먹칠을 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7승14패, 방어율 5.00. 에이스 면모는 오간데 없고 난타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한국시리즈에서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불발에 그쳤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연봉(7억4,000만 원)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시즌이 끝난 후에도 심적 고통이 여전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년 시즌 연봉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통에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민태는 요새 아예 야구의 야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휴대폰도 꺼놨다. 뿐만아니라 야구와 관련된 사람과는 만나기도 싫어 외부 행사에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12월1일부터 수원구장에서 시작하는 팀의 마무리 훈련 이전까지는 계속 잠행할 뜻을 내비쳤다.
정민태는 "괜히 연봉과 관련된 말을 했다가 여기저기서 기분 나쁜 소리만 듣게 될 게 뻔한데 굳이 야구관련 인사들을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며 편치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연봉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어차피 구단프런트와 만난 후 이런 저런 얘기가 나돌텐데 벌써부터 연봉문제를 거론, 불을 지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민태는 "나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연봉협상에 임하는 그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프로선수가 성적에 걸맞은 연봉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한 시즌 기대에 못미쳤다고 이전에 팀에 기여한 공로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하겠지만 절대 항간에서 떠도는 것처럼 연봉 대폭삭감을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팬들의 여론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보장받고 싶어하는 게 정민태의 솔직한 속내이다.
조만간 시작될 연봉 협상에서 정민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벌써 부터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