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FA 선수들에 대한 각 구단의 물밑 교섭이 한창이다. 표면적으로는 ‘대박’을 터트린 선수가 아직 없지만 다음달 중순께면 카를로스 벨트란, 애드리안 벨트레,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 대형 FA들이 새로운 계약을 맺기 시작할 전망이다.
돈 많은 구단이 큰 돈을 써서 뛰어난 성적의 FA를 영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양키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 하며 ‘악의 제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야구라는 게 꼭 돈을 들여야 만이 성적이 나오는 스포츠는 아니다. 투자를 많이 한다면 좋은 성적을 올릴 확률이 높아지지만 반드시 가장 많은 돈을 쓰고 가장 비싼 선수를 데리고 있는 팀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팀을 살펴보면 최고 연봉액을 기록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해는 93년(토론토 블루제이스) 96, 99, 2000년(이상 뉴욕 양키스) 등 4번 뿐이다.
구단의 투자액과 성적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90년대 이후로 FA 최고액 선수를 모셔온 팀치고 제대로 재미 본 구단이 없으며 특히 88년 이후 리그 최고 연봉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예는 단 한 번도 없다.
90년대 초반의 대표적인 ‘먹튀’로는 보비 보니야를 들 수 있다.
뉴욕 메츠는 91년 시즌 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보비 보니야를 최고 대우로 영입했다. 92년 연봉 61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보니야는 2할4푼9리 19홈런 70타점을 기록하며 돈 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드와이트 구든, 데이비드 콘, 에디 머레이 등 슈퍼스타들을 잔뜩 거느리며 연봉 총액 1위를 기록한 메츠는 70승 92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5위에 그쳤다.
보니야는 93년 2할6푼5리 34홈런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으나 최고 연봉선수의 이름값을 하기에는 턱도 없는 성적이다. 메츠는 93년 59승 113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지구 꼴찌로 떨어졌다.
보비 보니야에 이어 95년부터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선수에 올랐던 세실 필더에게 거액을 지불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헛물을 켠 대표적인 케이스다.
디트로이트는 95년에는 동부지구 4위, 96년에는 꼴찌를 기록했으며 96년 시즌 도중 필더를 양키스로 트레이드 시켰다. 필더는 연봉 900만 달러를 받은 97년에는 양키스에서 2할6푼 13홈런 61타점에 그치는 부끄러운 성적을 남겼다.
99년 LA 다저스는 총연봉 1억 달러 시대를 열며 7년간 1억500만 달러에 고향집을 왕복할 수 있는 전용 비행기까지 제공하는 조건으로 ‘우승 청부사’ 케빈 브라운을 모셔왔지만 이후 2004년 브라운을 양키스로 트레이드시킬 때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브라운은 99년과 2000년 각각 1500만 달러의 연봉으로 리그 톱에 올랐었다.
2001년 2억5200만 달러라는 사상 최고액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텍사스 레인저스도 바닥을 맴돈 끝에 2004년 양키스에 로드리게스를 넘긴 후에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