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나이는 못속이는가'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2.02 14: 35

지난달 23일 삼성구단 서울사무실. 현대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FA 심정수(29)와 박진만(28)의 입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선동렬 삼성 감독은 기자실에서 여러 명의 기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심정수가 입단하면서 클린업트리오의 파괴력이 8개구단 최강 아니냐는 질문에 선 감독은 "해봐야 안다"며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심정수와 양준혁 둘 중 누구를 3번으로 기용하느냐"며 4번타자를 우회적으로 물어보자 "그건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한발 물러섰다.
심정수야 당연히 클린업트리오에 포함될 것이지만 양준혁(35)은 어느 타순에 배치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선 감독은 사령탑 취임 이후 고참선수를 챙기며 양준혁같은 프랜차이즈스타가 팀의 중심이 돼야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이 말에는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양준혁 같은 고참이 제몫을 해줘야 한다는 무언의 주문이었다.
양준혁은 1993년 삼성에 입단한 뒤 팀의 클린업트리오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하위타선으로 기용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항상 팀의 중심타자였다.
그런 양준혁도 선동렬호로 새로 단장한 내년시즌에 어쩔 수 없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다.
삼성의 내년시즌 타순에서 양준혁이 하위타선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정수를 4번, 김한수를 5번에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양준혁이 붙박이처럼 기용되며 애지중지했던 3번타자 자리는 신인 좌타자 조영훈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많다.
양준혁의 3번타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승엽이 입단한 뒤 3번자리를 라이언 킹에 물려주고 4번타순에 기용된 양준혁은 한때 코칭스태프와 타순 때문에 불화를 빚기고 했을 만큼 3번타순에 대한 느낌이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 양준혁은 적지 않은 나이를 탓하며 뒷전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대만에서 벌어진 슝디 엘리펀츠와의 친선경기에서 조영훈은 손목을 이용하는 기술과 타고난 타격감으로 선동렬 감독은 물론 한대화 수석코치의 눈을 사로잡았다.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중거리타자로서 제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게 삼성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장효조 이후 영원한 3할타자로 꼽히는 양준혁. 그런 그도 내년시즌에 코칭스태프의 구상이 현실화할경우 나이를 탓하며 이제는 신세타령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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