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종범(34)만큼 데뷔 첫 해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도 드물다.
199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한 이종범은 루키 시즌에서 신인왕은 양준혁(35.삼성)에게 내줬지만 공수주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쳐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각 언론에 이종범 고정 코너가 생길 정도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팬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1997시즌을 끝으로 국내무대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한 이종범은 한국의 이치로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현지 적응에 실패, 2001시즌 도중 국내에 복귀했다
국내로 U턴한 후에도 이종범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로 성가를 떨쳤다.
그런 이종범이 프로에 입문한 후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우선 매시즌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는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1993년 프로에 입문한후 이종범은 6차례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에서 활약하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리고 시즌 도중 복귀, 골든글러브 후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2001년, 군복무로 풀시즌을 제대로 소화지 못했던 1995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풀시즌을 뛴 6시즌에 항상 황금장갑을 끼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에는 이름이 올라있지만 올해에는 황금장갑이 그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이종범은 프로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입문 이후 가장 낮은 2할6푼의 시즌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도 17개에 불과하고 타점은 52개밖에 안된다. 그나마 4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고 득점왕(100개)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3개의 황금장갑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8명의 외야수 후보 가운데 객관적인 성적이 제일 뒤진다.
그나마 이종범이라는 이름 석자 때문에 후보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생애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놓칠 가능성이 많다.
뿐만 아니다. 올해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으로 연봉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기아는 그동안 선수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연봉삭감 대상자를 연봉동결이라는 방법으로 구제를 해줬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구단측은 최근 계속된 성적 부진에 따라 신상필벌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종범도 연봉삭감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 4억8000만원을 받아 팀 내에서 최고대우를 받은 이종범은 고과를 산정할 경우 삭감요인이 없지 않다.
구단이 이종범을 특별대우 하지 않는 이상 이종범의 연봉삭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천재' 이종범은 이런 저런 이유로 프로데뷔 후 가장 쓸쓸한 겨울나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