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다관중 동원 기록을 세우며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존심을 회복한 메이저리그가 약물 파문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외면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메이저리그는 2004년 정규시즌서 지난해 6756만8379명보다 8.1%나 급증한 7302만2969명의 관중을 동원, 2000년 시즌 세워진 최다관중 동원 기록(7274만 8970명)을 경신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연패 후 4연승으로 시리즈를 역전시키는 명승부를 펼치며 86년만에 우승, 미국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제로 등장하며 메이저리그 인기 몰이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2004년 메이저리그의 ‘영화’가 최악의 약물 스캔들로 얼룩질 위기에 놓였다.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이자 행크 애런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는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01년 아메리칸리그 MVP 제이슨 지암비(33•뉴욕 양키스) 등의 스테로이드 복용 전력이 드러나며 ‘메이저리그가 약물에 찌들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포스트시즌이 무산된 1994년 파업 사태 이후 어렵사리 되살려 놓은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10년만에 급전직하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교로운 것은 파업 사태 이후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되살려 놓은 원동력이 상당 부분 ‘약물’에 힘입었다는 사실이다.
디비전시리즈 도입, 신생팀 창단, 인터리그 실시 등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94년 파업 사태로 떨어진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떠난 사그러진 메이저리그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홈런포였다.
메이저리그 인기 상승의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 1961년 로저 매리스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개)에 도전한 소사와 맥과이어는 막판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홈런 레이스를 펼치며 떠나간 팬들을 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맥과이어는 70개, 소사는 66개의 홈런으로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1998년을 기점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폭발적인 장타를 터트리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메이저리그는 2000년 사상 최다 관중 신기록을 경신했다. 2001년에는 배리 본즈가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장타력으로 불과 3년 만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을 갈아치웠고 올해 역대 3번째로 700홈런 클럽에 가입하며 행크 애런의 최다 홈런 기록(755개)에 다가서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흥행 돌풍을 주도한 슬러거들의 홈런 폭죽은 ‘약물의 힘’에 의한 것임이 사실로 드러났다. 마크 맥과이어는 은퇴 직전 근육강화제를 복용했음을 인정했고 배리 본즈의 홈런포도 스테로이드에 힘입은 것임이 밝혀졌다. 맥과이어와 홈런 레이스를 주도했던 새미 소사도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약물 파문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약물을 복용한 슈퍼스타들의 도덕성 문제다.
지암비와 본즈는 2003년 12월 연방 대배심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1년여 간이나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뻔뻔함마저 보여 팬들을 공분시키고 있다. 2003년 코르크 배트 사건으로 망신을 당했던 소사도 한사코 약물 복용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고 있다.
ESPN과 폭스스포츠 등 미국의 주요 스포츠사이트의 여론조사와 팬 포럼에 따르면 ‘약물 파티’에 환멸을 느낀 팬들은 보다 강력한 약물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민 여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메이저리그는 내년 시즌 전 선수에 대한 정기 약물 검사 등 보다 강력한 조치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