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파문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메이저리그를 달구고 있다.
본즈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방 대배심에서 증언할 당시 진상을 밝힐 경우 처벌 당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고 2002년 9월 이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를 금지 약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2001년 배리 본즈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73개)도 무효화에는 무리가 있다.
배리 본즈에 대한 가장 큰 징계는 명예의 전당 헌액 제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본즈는 기록이 전적으로 약물에 힘입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에 명예의 전당 제외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본즈가 본격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해는 개인 트레이너 그렉 앤더슨을 고용한 2000년 시즌부터다. 본즈는 연방 대배심에서 그에게 ‘크림’과 ‘클리어’를 제공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으며 2000년을 고비로 근육량과 장타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ESPN의 야구 칼럼니스트 피터 개먼스에 따르면 본즈는 2000년 홈런 수뿐 아니라 비거리에서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본즈가 450피트(137m) 이상의 대형 홈런을 기록한 적은 1999년까지 2회에 불과하나 2000년 이후에는 26회나 된다. 이 해부터 약물을 복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다.
그러므로 2000년을 기준으로 ‘약물 복용 이전’과 ‘약물 이후 시기’로 나누어 본즈를 재평가할 수 있다. 기록으로 따지자면 본즈는 ‘약물의 힘’을 입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은 충분하다.
현재 703개의 홈런으로 역대 3위에 올라있는 본즈는 1986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데뷔한 이후 1999년 시즌까지 통산 44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본즈가 약물의 힘으로 얼만큼의 홈런을 더 때려낼 수 있었는지 계측할 수는 없지만 명예의 전당 헌액이 보장되는 ‘500홈런 클럽’쯤은 문제도 되지 않을 페이스다.
7회 수상으로 MVP 최다 수상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그는 또 1990년과 1991년 1993년 등 ‘약물 복용기’ 이전에도 3차례나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1931년 MVP 수상제도가 도입된 이래 3회 수상한 선수는 지미 폭스, 조 디마지오, 요기 베라, 미키 맨틀, 마이크 슈미트 등 5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모두 명예의 전당 멤버들이다.
500홈런-500도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는 1998년 전인미답의 400-400클럽을 창설하기도 했다. 300-300클럽 가입자가 윌리 메이스, 보비 본즈, 안드레 도슨 등 3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역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만한 대기록이다. 1990년부터 5년 연속 수상을 비롯, 골드글러브에 총 9회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의 괴력이 약물에 힘입은 것임이 밝혀지며 그 이전에 세운 기록들도 도매금으로 취급 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 이전에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이 중요시하는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팬들은 벌써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본즈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배리 본즈의 명예의 전당 헌액 문제를 놓고 야구계에서 추방당한 피트 로스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을 정도다. 피트 로즈는 통산 4256안타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의 금자탑을 세웠지만 1989년 신시내티 감독 시절 자신의 팀 경기 승패를 놓고 도박을 한 혐의가 밝혀지며 야구계에서 추방당했으며 아직도 복권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