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한 이번에는 풀고야 말겠다.'
포항 스틸러스의 '꽁지 머리' 수문장 김병지(34)가 한풀이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팀도 92년 이후 12년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92년 데뷔 후 12년 동안 단 한번도 시즌 챔피언 자리에 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 팀 수원 삼성 블루윙스의 차범근 감독이 자신을 발탁한 '은인'이지만 13년차 노장으로서 말년에 접어든 선수 생활에서 마지막 찬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는 12일 오후 3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될 2004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 최종 2차전을 앞두고 김병지의 각오는 대단하다. 지난 8일 포항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양 팀은 똑같은 조건으로 2차전을 치르게 됐다. 말이 2차전일 뿐 단판 승부가 돼 버린 셈이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현역 시절 각각 당대 최고의 스타였으나 프로 사령탑으로서 한 번도 정상에 서 보지 못한 차범근 수원 감독과 최순호 포항 감독의 대결이라는 점, 국가대표 주전 수문장 자리를 대물림한 김병지와 이운재(31.수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점이 주된 볼거리이지만 또 하나의 관심사도 있다.
바로 차범근 감독과 김병지의 관계다.
김병지는 차 감독이 지도자 데뷔 첫 해이던 91년 발탁한 무명 선수 출신이다. 마산공고를 중퇴하고 부산 소년의집을 거쳐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던 김병지를 눈여겨 본 장원직 당시 현대 스카우트 고문이 강력히 추천, 차 감독은 그해 말 신인 드래프트에서 92년에야 제대할 수 있던 김병지를 깜짝 지명했다. 덕분에 프로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던 김병지가 큰 물로 나오게 됐다.
차 감독은 제대한 김병지를 92시즌 후반(데뷔일은 7월 17일)부터 당시 국가대표 터줏대감이던 최인영 대신 주전으로 기용해 키웠다. 차 감독은 94시즌을 끝으로 프로 무대를 떠나 김병지의 전성기를 소속 팀 감독으로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98 프랑스월드컵 사령탑을 맡아 95년부터 태극 마크를 달고 있던 김병지를 중용했다.
하지만 김병지가 수문장을 맡은 월드컵 본선 네덜란드전에서 0-5로 대패하는 바람에 차 감독은 경질됐고 이후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든 프로팀에서든 더 이상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맺지 못했고 올해는 중요한 순간에 '적'으로 만났다.
1차전에서 여러 차례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모조리 막아낸 김병지가 최종전에서 올시즌 대미를 장식할지 궁금하다. 2차전은 승부차기까지 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중립 지역에서의 3차전은 올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