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은 '문제아'인가?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2.12 16: 02

박재홍(31)이 12일 기아에서 SK로 전격 트레이드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3시즌 개막을 3개월 남짓 앞둔 1월 15일 현대가 창단멤버이자 팀의 간판타자 박재홍을 기아로 넘겨줬을 때 많은 야구팬들은 의아해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박재홍 만한 우타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광주일고 연세대를 거쳐 국가대표 3번타자 출신으로 입단 첫 해인 1996년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를 기록하는 등 박재홍은 현대에서 7시즌을 뛰면서 팀을 3차례나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두 번이나 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의 이력도 화려하다. 1996년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홈런왕에 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쥔 박재홍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또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든 '30-30클럽'에 3번(96,98,2000시즌)이나 가입했다.
뿐만 아니라 매번 드림팀 멤버로 뽑혀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형성했을 정도로 해결사로서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2년 전 현대에서 기아로 이적하자 현대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입방아를 찧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가 보여준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이진 박재홍은 기아에서 이 빠진 호랑이 신세였다. 이적 첫 해 3할1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해는 성적이 곤두박질했다.
박재홍은 이적 첫 해부터 팀 동료들과 융화하지 못해 이런 저런 소문에 시달렸다. 올시즌 들어서는 팀 내에서 '왕따'였다는 게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현대가 자유분방한 분위기인데 반해 기아는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뚜렷해 박재홍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박재홍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시절에도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로 동료들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을 만큼 박재홍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고향 팀인 기아에 몸담으면서도 이런 그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팀 동료들은 박재홍을 내논 자식으로 취급했다. 별의별 해괴한 소문도 많이 나돌았다.
박재홍 때문에 팀분 위기를 망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구단에서는 박재홍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결국 박재홍은 올시즌만 잘 보내면 대박을 터드릴수 있는 FA자격을 회득할 수 있었지만 구단과의 불화로 결국 소원을 성취하지 못했다.
구단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박재홍은 준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비밀리에 트레이드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기아로서는 박재홍이 제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고 하더라도 팀 전체를 위해서는 이적시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또 박재홍이 구단 고위층과 감정의 앙금을 풀기 위해 술자리를 했다가 불미스런 일이 발생, 기아와 결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기아는 박재홍을 내주는 대신 선발급 투수를 원해 트레이드는 난관에 봉착했다. SK LG 롯데등과 카드를 맞춰봤으나 번번히 기대에 못미쳤다.
기아는 어쩔 수 없이 '박재홍 트레이드' 카드를 거둬들였다. 유남호 감독도 "내년 시즌에 FA자격을 획득하는 박재홍은 팀에서 필요한 선수"라고 밝혀 트레이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구단에서 자신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고 있다고 판단한 박재홍은 계속 불거지는 트레이드설에 감정이 폭발, 언론을 통해 구단에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기 싫었던 기아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물밑 접촉을 통해 트레이드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박재홍의 트레이드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 이날 일간스포츠와 제일화재가 공동 주최하는 '2004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SK 최종준 단장과 기아 정재공 단장은 비밀리에 박재홍 트레이드 협상을 벌였다.
11일 2004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박재홍과 김희걸의 맞트레이드에 사실상 합의했다. 그리고 12일 오전 이같은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기아는 일단 앓던 이가 빠진 셈이고 SK는 이호준이 군입대로 빠지는 오른쪽 거포 부재라는 약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나 기아에서 독특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갈등을 빚었던 박재홍이 SK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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