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선수 생활에 비해 지도자로서 너무나 힘든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까.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
분데스리가에서 갈색 폭격기로 명성을 날렸지만 90년말 현대 감독에 부임하면서 시작된 지도자 생활 14년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 프로축구리그에서도,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중국에 진출해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실패한 지도자에 가까웠다.
그런 감독 차범근이 그라운드에 복귀한 첫 해에 정상에 오르며 한풀이에 성공했다.
차범근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있는 구단을 맡아야 명감독이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14년만에 우승을 맛 본 소감을 요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지금 내가 얼마나 기쁜지 여러분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 오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우승하고 나니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열심히 땀흘리고 노력한 선수들, 운동장에 찾아와 열심히 응원해준 서포터스들이 우승에 가장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지원과 선수단을 보살피고 챙겨준 구단 프런트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우승이 그간 가족들의 고생에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감독직 복귀에 대해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고 말리기도 했지만 가족들의 격려로 힘을 내고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게 됐고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
-현역 시절 UEFA컵 챔피언에 올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비교하기 어렵다. 선수 때와 감독 때는 좀 다르지 않겠는가. 그 때도 기뻤지만 현재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했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세상이 돌아가듯 열심히 땀 린 이들이 좋은 열매를 맺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한 후의 승패는 위(하나님을 말하는 듯)에서 주시는 선물 아니겠는가. 우리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있게 경기에 임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렸는데.
▲글쎄, 현역 때는 한번도 운동장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데… 오늘은 눈물이 좀 나오더라.
-승부차기에 들어갈 때 심정은
▲승부차기라는 것은 어차피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연장 종료 휘슬이 울릴 때 감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력을 다한 후의 결과는 신의 선물 아니겠는가.
-지도자로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데, 그 동안 느낀 점은 어떤 것인가.
▲선수들이 좋은 팀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웃음 후 진지한 표정으로)현대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2위를 했다. 그런데 당시 선수 구성이 좋지 않았다. 1위를 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을 맡았다. 중국리그에서 하위권 팀은 아예 좋은 선수 영입을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나 수원 삼성은 다르다. 과거에 내가 맡았던 어느 팀보다 선수 구성이 월등히 좋다. 역시 좋은 선수들이 있는 구단에서는 감독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