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들 '말조심' 해야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4.12.13 09: 47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얘기이다.
 최근 한국에서 '우리끼리' 한 말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태풍'으로 변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한국인 빅리거 혹은 예비 빅리거와 관련한 이야기가 바다를 건너가는 사례가 생기면서 엉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세계가 한 지붕'이라는 말이 실감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가 뉴욕 메츠의 서재응이다. 서재응은 지난 11월 귀국 기자회견에서 '나를 원하는 팀에서 선발로 뛰고 싶다. 한국으로의 복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순전히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 회견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 뉴욕 언론에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바로 뉴욕 언론에 '서재응이 투수코치와의 불화를 밝히면서 한국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보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선수 이름만 치면 나오는 최신 뉴스 검색을 통해 미국 기자들이 한국인 빅리거들의 근황을 체크하고 기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영자 신문을 비롯해 주요 신문과 통신은 영어판 기사를 만들고 있어 한글을 모르는 미국 기자들도 한국인 빅리거의 이야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칫하면 소속팀 메츠 구단에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는 기사였다. 다행히 미나야 단장 등 구단 고위층이 문제삼지 않고 이후에도 '서재응은 제5선발 후보'라며 서재응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메츠에 잔류하게 되면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피터슨 투수코치와의 불화가 언론에 보도돼 서재응에게는 불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서재응의 한국 야구 복귀 이야기는 1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도 등장했다. 기아 타이거즈가 협상단을 구성해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는 국내의 언론 보도를 홈페이지가 인용보도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최근 뉴욕 양키스 입단에 합의한 좌완 특급 구대성건이다. 미국 신문들과 구단 공식 홈페이지는 한국 및 일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구대성의 양키스 입단 소식을 전했다. 나아가 일부 뉴욕 신문은 구대성의 계약조건이라며 2년 300만달러까지 언급해 구대성과 양키스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양측은 공식발표 전까지는 계약조건에 대해 함구하기로 했지만 뉴욕 언론은 한국 언론의 보도와 미국에 있는 일부 한국 기자의 말을 전해듣고는 확대 재생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계약조건에 대한 보도가 나온 후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계약 백지화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 빅리거와 그 관계자들이 한국인끼리 주고받은 이야기가 한국에서 기사화된 뒤 곧바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 언론에까지 기사화되는 세상이다.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하지 않고 우리끼리 이야기한 내용이 이제는 인터넷 세상을 통해 미국에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른바 ‘나비효과'가 한국인 빅리거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빅리거들은 말조심에 더욱 나서야하고 한국언론도 무책임한 추측성 기사의 남발을 피해야한다. 그래야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