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지난 19일 '전차군단' 독일 대표팀을 3-1로 완파한 것은 오랫동안 기억될 통쾌한 명승부였다. 이 승리의 여운은 며칠동안 남아 한국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이 승리 후 언론과 팬들의 반응을 크게 세가지로 나왔다.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는 무난하다는 것, 역시 세대교체를 이뤄야한다는 것, 그리고 이동국에 대한 찬사였다.
물론 그날 승리만 보면 이런 얘기들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제는 승리의 감동에서 한발 물러나 더 냉철한 시각으로 독일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동국 검증은 이제부터다.
이동국이 독일전서 환상의 '터닝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자 한반도에서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다.
이동국의 이 '터닝 발리슛'은 유럽, 남미의 내로라하는 공격수들도 하기 힘든 올시즌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독일의 한 축구 기자는 그 골을 보고 "88년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전서 터진 네덜란드 반바스텐의 골과 비교된다"고까지 극찬했을 정도다.
그러나 친선경기는 어디까지나 친선경기다. 이제 내년 2월 9일부터 시작될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 취임 후 센터포워드로서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던 이동국으로서는 한국 축구의 사활이 걸린 최종예선에서 제 몫을 해줘야할 의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골을 터트려야 진정한 해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축구 역대 스트라이커 계보는 60년대 이회택, 70년대 차범근, 80년대 최순호, 90년대 황선홍으로 이어져왔다. 60년대와 70년대는 아시아의 월드컵 티켓이 적었던데다 한국에 프로축구가 생기기 전이라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80년대의 최순호와 90년대의 황선홍은 한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동국이 10년마다 1명씩 등장한 최고 스트라이커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으려면 이제부터 더 단단히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
▲경기 지배력과 역습.
한국-독일전에서 한국이 승리했지만 볼 점유율 면에서는 분명히 독일이 앞섰다. 물론 축구에서는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기기 때문에 볼 점유율에서 뒤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객관적인 전력상 뒤지는 한국이 승리를 하기 위해 수비를 탄탄히 한 후 빠르게 역습한 전술이 크게 효과를 봤다.
그러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일 것이다. 즉 최강 전력인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잡고 볼 점유율에서 상대 팀보다 훨씬 앞설 것이라는 얘기다.
상대(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들은 우선 수비를 두텁게 한 후 기회가 생겼을 때 역습으로 나올 것이다. 상대 팀들은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엄청난 성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게 틀림없다.
결국 한국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려면 주어진 기회에서 높은 골결정력을 발휘해 득점을 올리고 공격시 상대의 역습을 허용하지 않도록 뒷문 단속을 더 튼튼히 해야할 것이다.
▲'세대교체'보다는 '세대조화'를.
조 본프레레 감독은 해외파를 소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파 '젊은 피' 위주로 팀을 구성해 독일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따냈다.
이후 언론들은 하나같이 '세대교체'를 언급했다. 골을 넣은 김동진 이동국 조재진이 20대 초-중반 선수들인데다 박규선 김진규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독일전 후 차범근 수원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공통적으로 "베테랑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팀에 노련한 선수가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고 클린스만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때 뛰었던 올리버 노이빌레와 디터 하만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파워와 노련한 선수들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것을 두 감독이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