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미래의 에이스 감’으로 꼽혔던 하비에르 바스케스와 칼 파바노가 뉴욕 양키스에서 재회했다. 그러나 현재 두 사람의 처지는 극과 극.
칼 파바노는 지난 정규 시즌 18승 8패 방어율 3.00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후 구단 선택을 위한 전국 투어에 나서는 등 유난을 떤 끝에 ‘뉴 에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반면 하비에르 바스케스는 지난 시즌 후반 최악의 부진을 거듭한 끝에 트레이드 시장으로 내몰렸으나 ‘서부 팀에서 뛰지 않겠다’며 신체 검사를 거부해 랜디 존슨 ‘삼각 빅딜’을 무산시켰고 양키스는 계속 다른 팀과 트레이드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28살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998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나란히 빅리그에 데뷔한 후 극명한 희비 쌍곡선을 그려왔다. 바스케스가 웃을 때면 파바노가 울었고 파바노가 웃자 이제 바스케스가 울상이다.
파바노와 바스케스는 1994년 아마추어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다. 드래프트 당시 이들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파바노는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13라운드에 지명 받았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바스케스는 몬트리올에 5라운드에 지명됐다.
1997년 11월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보스턴에 보내는 대가로 파바노와 토니 아마스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1998년 두 사람은 빅리그 무대를 밟으면서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 데뷔 첫 해 성적은 파바노가 조금 앞섰다. 파바노는 134 2/3 이닝을 소화하며 6승 9패 방어율 4.21을 기록한 반면 바스케스는 172 1/3 이닝을 던져 5승 15패 방어율 6.06에 머물렀다.
1999년 시즌을 기점으로 바스케스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파바노는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으로 104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며 6승 8패 방어율 5.63에 그쳤지만 바스케스는 154 2/3 이닝을 던지며 9승 8패 방어율 5.00으로 데뷔 첫 해보다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주목을 끌기 시작한다.
2000년은 두 사람의 희비 쌍곡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시작한 첫 해다. 파바노는 전반기에 8승 4패 방어율 3.06을 기록하는 쾌조의 페이스를 보였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도중 하차했다. 반면 바스케스는 217 2/3 이닝을 소화하며 11승 9패 방어율 4.05를 기록, 더스틴 허맨슨을 제치고 팀 내 에이스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상승세를 탄 바스케스는 2001년 16승 11패 방어율 3.42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다. 하지만 파바노는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고작 8경기에 등판, 1승 6패 방어율 6.33을 기록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파바노는 2002년에도 3승 8패 방어율 6.30의 참담한 성적표를 남긴 채 7월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 됐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바스케스는 10승 13패에 그쳤지만 230 1/3 이닝을 투구하며 방어율 3.90을 기록, ‘미래의 에이스’라는 명성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2003년은 두 사람이 모두 웃은 유일한 해다. 파바노는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12승 13패 방어율 4.30로 재기에 성공했고 포스트시즌에서 당대 최고의 에이스들과 맞붙어 밀리지 않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시카고 커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 선발 등판, 마크 프라이어와 맞대결을 펼쳐 5 2/3 이닝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고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로저 클레멘스와 맞붙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8이닝 1실점으로 양키스 강타선을 막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바스케스는 생애 최다 투구이닝(230 2/3)과 최저 방어율(3.24)를 기록한 후 명문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됐다.
2004년은 파바노가 완전한 상승세로 전환한 반면 바스케스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해다. 파바노는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의 에이스로 우뚝 섰고 우수한 팀들의 구애 공세를 받으며 뉴욕에 보무도 당당히 입성했다. 그러나 바스케스는 전반기에 10승 5패 방어율 3.57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져 14승 10패 방어율 4.91로 시즌을 마쳤다.
바스케스는 현재 트레이드 물망에 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신체 검사 거부와 시즌 후반기의 부진으로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까지 받고 있다.
극명한 부침을 보였던 두 사람의 운명이 내년 시즌에는 어떻게 엇갈릴 지 궁금하다. 현재로선 두 사람이 내년 시즌 한 팀에서 뛸 확률도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