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진출 하승진, 다부세처럼 되지 않는다
OSEN 장원구 기자 < 기자
발행 2004.12.27 12: 46

한국 농구계에 뜻 깊은 '성탄 선물'이 내렸다. 바로 최장신 센터 하승진(19. 2m23)의 NBA 입성 소식이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하승진과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 시점으로 봐 성탄절 전후에 사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농구 선수의 NBA 입성은 그야말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나 세계 프로축구 '빅5 리그'인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프랑스에는 모두 우리 선수들이 뛰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NBA만큼은 적어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거의 불가침의 영역처럼 느껴져온 게 사실이다. 농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 및 운동 능력이 경기력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m23의 좋은 신체조건과 본인의 강한 의지가 NBA 입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승진은 지난 6월 NBA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에 지명됐지만 여름 트레이닝 캠프 때 구단 코칭스태프로부터 "아직 더 배워야한다"는 평가를 받고 하부리그인 ABA의 포틀랜드 레인에서 실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이제 꿈에 그리던 NBA 무대에 서게 됐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만큼 기량을 제대로 펼치길 기대한다.
그런데 하승진을 두고 얼마 전 피닉스 선스에서 퇴출당한 일본 출신 포인트가드 다부세 유타를 떠올리며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승진과 다부세는 경우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다부세의 NBA 진출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역시 일본과 미국의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피닉스는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기업 캐논이 대주주로 있는 구단으로 다부세의 영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루머가 한동안 파다했다.
다부세는 피닉스 입단식을 가지면서 "모든 것을 실력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낸 성적은 4경기 평균 4분18초씩 뛰며 1.8득점 0.8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고작이다.
피닉스에는 스티브 내시라는 초특급 포인트가드가 있는데다 브라질 출신 레안드루 바르보사도 백업 멤버로 제 몫을 톡톡히 하면서 다부세의 설 자리는 없었다. 다부세 역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스스로 의욕이 꺾이면서 결국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반면 하승진의 NBA 입성은 다부세와는 달리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다. NBA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키에 정통 센터라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시즌 국내 프로농구에서 용병 자유계약 제도를 도입해 각 팀은 비교적 많은 돈을 썼지만 정통 센터 출신을 찾기는 거의 어려웠다. 그만큼 센터라는 포지션은 미국에서도 귀하다. 반면 다부세처럼 외곽슛과 어시스트를 위주로 하는 선수는 NBDL ABA CBA USBL 등 여러 하부리그에 넘쳐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틀랜드와 피닉스의 올시즌 목표치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하승진에게 유리하다.
닉스는 27일 현재 23승3패로 NBA 30개팀 중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당연히 우승이 목표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를 테스트해 볼 여유가 없다. 반면 포틀랜드는 13승12패로 서부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8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피닉스에 비해서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하승진은 절대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어차피 포틀랜드에는 테오 래틀리프(2m8)와 조엘 프리지빌라(2m16) 외에는 센터가 없다. 하승진은 이들이 벤치에서 쉬는 몇 분만이라도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페인트존에서 박스아웃 해주고 수비와 리바운드에 열심히 가담하면 된다. 또 공격 때 기회가 생겨 골밑슛을 넣어준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는 가운데 경험도 쌓이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정말 어렵게 잡은 천재일우의 기회. 하승진은 각고의 노력으로 포틀랜드의 로스터에 꼭 남아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살려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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