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형이 부러워요.'
한국인 빅리거 선구자로서 대성공을 거둔 '코리안 특급'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뒤를 이은 후배 한국인 빅리거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등 모든 면에서 후배들이 따라해야할 '성공지표'가 박찬호이기 때문이다.
일단 돈과 명예는 뒤로 차치하더라도 요즘 후배 한국인 빅리거들은 훈련여건에서 선배 박찬호를 더욱 부러워하고 있다. 박찬호는 일찌감치 따뜻한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개인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에 후배들은 추운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며 실전훈련은 뒤로 한채 체력훈련만 쌓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1월 중순부터 공을 던지며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후배들은 추운 날씨에서는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기술 훈련은 1월말이나 2월초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나 본격적으로 돌입해야할 처지이다.
뉴욕 메츠의 '나이스가이' 서재응(27)은 형 재환씨가 코치로 있는 강원도 속초상고에서 체력훈련중이고 한국인 첫 빅리거 타자인 '빅초이' 최희섭(25·LA 다저스)은 경남 남해에서 역시 체력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또 부상을 털고 내년 시즌 재기를 벼르고 있는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모교 성균관대에서 체력훈련 위주로 몸을 다지고 있고 얼마전 결혼한 봉중근(24·신시내티 레즈)은 경남 남해에서 최희섭과 함께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나마 이들보다 나은 것은 김선우(27·워싱턴 내셔널스)이다. 김선우는 따뜻한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새로 마련한 집에 머물며 개인훈련을 쌓고 있다. 김선우는 학생비자로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찬호와 후배들이 '천양지차'의 환경속에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와 이들의 차이점은 장기계약자와 단기계약자의 미국 비자발급의 불평등으로 인한 것이다. 박찬호는 텍사스와 5년이라는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재 한국의 미국 대사관에서 따로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는 방문비자로 건너가 체류하고 있고 시즌 중에는 선수취업비자(P1)으로 변경해 머물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구단 전담직원이 이민국에 세금보고서만 내면 선수취업비자가 자동적으로 경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나머지 한국인 빅리거들은 매년 계약을 경신해야 하는 단기계약자들이어서 문제가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미국 대사관에 시즌 종료 후 입국에서 구단에서 보내준 관련서류들을 제출한 뒤 비자가 재발급될때까지는 미국에 가지 못한채 한국내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야구선수로서 훈련하기 최적인 따뜻한 미국땅인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빨라야 1월 중순에 나오는 미국 비자를 받아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체력훈련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상위험이 없는 따뜻한 곳에서 기술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백번 낫다. 이런 면에서 도미니카공화국 등 사철 따뜻한 중남미 국가 선수들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2월말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초장부터 실력발휘로 이들 중남미 출신 선수들과 경쟁을 벌여야하는데 그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셈이다.
그러니 한국인 빅리거 기대주들에게 맏형 박찬호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박찬호처럼 성공하기 위해 지금은 '눈물 젖은 빵'을 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