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 AL엔 천적이 없다
OSEN 김정민 기자 < 기자
발행 2005.01.02 23: 34

마침내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된 랜디 존슨(42)이 6년 만에 돌아온 아메리칸리그서도 내셔널리그 시절처럼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투수들에게는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쉬어가는 타순인 9번(투수) 대신 ‘배팅 스페셜리스트’인 지명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아메리칸리그 팀들의 타선이 내셔널리그보다 한결 묵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랜디 존슨도 그럴까? 존슨도 아메리칸리그 등판이 내셔널리그보다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기록’으로만 따지자면 존슨은 오히려 아메리칸리그로 옮기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년 반을 내셔널리그에서 뛰며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을 상대한 기록이 별로 없는 탓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현재 아메리칸리그에 존슨의 천적이라고 꼽을 만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아메리칸리그 요주의 인물'들에게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괴물 타자’들과의 전적을 살펴보자. 2004년 아메리칸리그 MVP 블라디미르 게레로(애너하임 에인절스). 통산 25타수 6안타(2할5푼) 홈런 2개로 상당히 선전했지만 다른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것을 감안할 때는 절대 약세. 미겔 테하다(볼티모어 오리올스)는 13타수 1안타로 ‘고양이 앞에 쥐’이고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애드리언 벨트레도 2할1푼2리의 타율에 삼진을 16개나 당했다.
2004년 월드시리즈 MVP이자 앞으로 숙적 관계를 형성할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19타수 4안타(2할1푼1리)로 존슨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타점이 무려 7개나 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데이비드 오르티스(보스턴 레드삭스)는 아직 상대한 경험이 없다.
보스턴에서 존슨의 공을 가장 잘 때려낸 선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이적한 에드가 렌테리아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25타수 7안타(2할8푼) 홈런 1개를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보스턴 선수들은 랜디 존슨에 취약점을 보이고 있어 올해 보스턴은 존슨의 벽을 넘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케빈 밀러(2할1푼7리) 빌 밀러(2할1푼1리) 제이슨 베리텍(1할4푼3리) 등이 절대 약세를 보이고 있고 마크 벨혼은 9번 만나서 8번이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존슨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타자라면 맷 스테어스(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카브레라 형제 정도. 스테어스는 17타수 7안타(4할1푼2리)로 나름대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장타가 2루타 1개에 그치고 있다. 올란도 카브레라는 17타수 5안타(2할9푼4리)지만 삼진을 단 한번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고 그의 형 욜베르토 카브레라는 존슨을 상대로 11타수 5안타(4할5푼5리)의 맹타를 과시하고 있다. 통산 타율이 2할5푼8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엽기적인 수준이다.
반면 존슨은 내셔널리그에서 5년 반동안 ‘지존’으로 군림했지만 만만찮은 ‘천적’들이 존슨을 괴롭혀 왔다.
우선 올해 이적하지 않았다면 같은 지구 라이벌로 최소 4회 정도 만났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자들이 존슨의 공을 상당히 잘 친다.
시카고 커브스에서 이적한 모이세스 알루가 14타수 8안타(5할7푼1리) 1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고 에드가르도 알폰소(3할4푼4리 2홈런 5타점) 레이 더햄(3할3푼3리) 요비트 토리올바(4할1푼7리)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3할 중반대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배리 본즈도 45타수 15안타(3할6리) 홈런 3개 12타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타자들도 존슨의 공을 비교적 잘 공략한 편. 스위치 히터인 치퍼 존스는 27타수 10안타(3할7푼) 6홈런 8타점으로 존슨을 두들겼고 ‘수비형 포수’로 알려져 있는 에디 페레스(4할2푼9리 1홈런 4타점)와 라파엘 퍼칼(3할8푼5리)도 존슨에 강점을 보였다.
이 밖에 시카고 커브스의 네이피 페레스(3할5푼9리 3홈런 5타점)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데이빗 벨(3할6푼 2홈런 3타점) 등도 ‘평소 성적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랜디 존슨을 잘 공략한 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기록은 기록일 뿐. 존슨의 나이와 역대로 아메리칸리그에서 무너진 투수들을 고려할 경우 뜻 밖에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존슨의 팀은 양키스, 피하고 싶은 타자들이 대부분 같은 팀 소속이라는 것은 투수로서는 크나큰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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