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의 뉴욕 입성으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좌완 투수 2명이 같은 연고지에서 300승 달성의 꿈을 부풀리게 됐다.
양키스의 랜디 존슨(42. 246승)과 메츠의 톰 글래빈(39. 262승)은 300승 달성의 유력한 후보들이다. 같은 좌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사람의 피칭 스타일은 정반대. 존슨이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전형적인 파워 피처라면 글래빈은 140km 남짓한 직구와 체인지업을 위주로 구석 구석 찌르며 범타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기교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최근 행보에는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악몽과 같은 2003 시즌
2003년은 존슨과 글래빈 모두에게 최악의 해였다. 일단 존슨은 부상으로 제대로 등판조차 하지 못하며 6승 8패, 방어율 4.2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상과 시즌 중단이 겹쳤던 1994년을 제외하고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최악의 성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뉴욕 메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글래빈도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리지 못하며 9승 14패, 방어율 4.52의 부진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존슨과 글래빈 두 사람 모두에게는 2004시즌 개막 이전 ‘끝난 것 아니냐’는 의문 부호가 따라다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마운드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랜디 존슨과 톰 글래빈은 2004년 빼어난 투구로 건재를 과시했지만 형편 없는 팀 타선 덕분에 나란히 14패를 기록하는 등 노력 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랜디 존슨은 5월 1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등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16승 14패, 방어율 2.61을 기록한 존슨은 시즌 111패나 당하면서 '트리플 A'급 전력을 보인 애리조나에서 뛰지만 않았다면 20승은 문제 없었을 것이고 로저 클레멘스에게 빼앗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도 존슨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글래빈도 212 1/3이닝 동안 방어율 3.60을 기록하는 안정된 투구를 보였지만 역시 빈약한 팀 타선으로 인해 11승 14패에 그쳤다.
▲2005년 300승의 희망을 던진다.
랜디 존슨은 300승까지 54승이 남아 있다. 나이와 승수를 고려했을 때 300승 장담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양키스에서 뛰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막강 타선의 확실한 지원을 받게 된 존슨에 대해 올 시즌 20승은 떼논 당상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인 존슨은 양키스와 2년 연장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의 상태로 봐서는 부상만 없다면 2007년 시즌까지는 문제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톰 글래빈은 300승에 38승을 남겨 두고 있다. 글래빈에게도 2005 시즌은 2004년에 비해 한결 편안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일단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가세로 1선발의 부담을 벗게 됐고 현재 카를로스 벨트란, 혹은 카를로스 델가도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지난해보다는 한층 강력해진 타선의 지원을 기대해도 될 듯하다.
그러나 글래빈도 300승을 장담할 처지는 안된다. 존슨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와 많은 승수, 그리고 기교파라는 점에서 생명이 더 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다.
케빈 브라운(40)이 좋은 예다. 한때 '싱커의 마술사'로 불리던 그였지만 거듭되는 부상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2회를 버티지 못하고 난타를 당하며 과거의 명성에 먹칠했고 올시즌 당장 재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존슨과 글래빈, 파워 피처와 기교파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두 좌완 투수가 나란히 3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먼저 달성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