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42)의 뉴욕 양키스행으로 ‘악의 제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서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양키스의 행태가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논란이다.
그런데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칭하는 유래가 래리 루치노 보스턴 구단주의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루치노 구단주는 2003년 쿠바 출신의 투수 호세 콘트레라스를 양키스에 빼앗기자 분통을 터트리며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했고 이후 ‘악의 제국’은 양키스의 공식 별칭이 됐다.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는 데 앞장 서는 것이 보스턴 레드삭스와 지역 언론이라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같은 지구에서 공룡들의 싸움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나 볼티모어 오리올스 같은 팀이 ‘악의 제국’을 운운했다면 이해가 되지만 보스턴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양키스에 이어 연봉 지출 2위에 오른 구단이고 올해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함께 그동안 양키스만 냈던 사치세 납부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보스턴은 돈도 잘 번다. 양키스에 이어 2004년 구단 수익 전체 2위에 올라 수익금 분배 협정에 따라 4200만달러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납부해야 한다.
재정적으로 양키스 한 팀에 밀릴 뿐 메이저리그의 다른 28개 구단을 압도하고 있는 구단이 보스턴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보스턴은 86년 만의 우승 외에 또 다른 기록을 하나 세웠다. 역대 월드시리즈 우승팀 중 최고 연봉액 기록을 세운 것이다. 혹자는 보스턴이 양키스보다 더욱 ‘제국’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키스는 그나마 호르헤 포사다,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 마리아노 리베라 등 주축선수들을 아마추어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해 스타로 길러냈지만 보스턴 우승 멤버 중 팜 출신은 트롯 닉슨과 케빈 유킬리스가 고작이었다.
양키스가 ‘악의 제국’이 되는 데 큰 몫을 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보스턴 레드삭스가 매니 라미레스와 맞트레이드를 시도하다 실패한 선수다. 이번에 양키스로 와서 제국을 더욱 공고히 할 랜디 존슨도 보스턴이 트레이드에 끼어 들었다 실패한 경우다. 양키스에 입단한 칼 파바노도 입찰에서 패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놔버렸다.
기본적으로 레드삭스도 양키스와 마찬가지로 비싼 FA 선수에 의존해 전력을 강화하는 팀이다. 단, 양키스보다는 돈을 적게 쓸 뿐이다.
양키스가 ‘악의 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스카우트 전략에 있다면 보스턴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구단으로부터 ‘악의 축’이라고 불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