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 벽두부터 선동렬 삼성 감독(42)이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선 감독은 최근 아들 민우군(15)에게 골프를 시키기로 결정하고 뉴질랜드로 두 달간 골프 유학을 보냈다. 이제 막 골프채를 잡고 입문하는 단계이나 주위 사람들은 운동 신경이 남다른 아버지를 둔만큼 급성장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주변인들에 따르면 선 감독의 골프 수준은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싱글을 넘어 골프 선수와 비슷한 스코어를 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파워와 정확성도 야구인 가운데 톱클래스로 평가 받는다. 지금은 거의 안치지만 대학시절 당구도 오른손으로는 300이상, 왼손으로는 150을 쳤다고 기억한다. 투수에게 당구는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를 준다고 해서 더 이상 치지않았지만 계속 쳤다고 한다면 김재박 현대 감독처럼 수지 700이상의 고수로 군림했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말 가족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간 자리에서 선 감독은 아들과 인생 진로를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민우군은 “운동을 진지하게 시작해 보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소망을 밝혔고 결국 가족회의 끝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선 감독은 “일단 본인이 한 번 해보고 싶다길래 단기 유학을 보냈다”며 주변의 궁금증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실력이 얼마나 늘지는 모르겠지만 기량이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계속 운동을 시킬 것”이라면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부터 사석에서 아들에게 야구를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나보다 더 잘할 능력이 있으면 시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찌감치 그만두게 할 것”이라며 웃곤 했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였던 선 감독을 넘어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야구를 조금만 아는 팬이라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농담으로 지나친 말이었지만 선 감독의 속뜻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자신이 걸어왔던 야구선수의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본인이 하고 싶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그 고난의 길을 아들에게 선뜻 권유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아빠는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한국 최고 감독을 꿈꾸며, 아들은 골프 걸음마를 막 떼고 정식 선수 입문을 노린다. 선동렬 부자의 2005년은 희망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