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글래빈(39.뉴욕 메츠)은 더 이상 내 우상이 아니다.’
장차 신시내티 레즈의 선발 한 축에 우뚝 설 좌완 봉중근(25)에게 있어 메이저리그 좌완 가운데 영리한 투수로 꼽히는 톰 글래빈은 더 이상 닮고 싶은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다. 아주 심하게 말하면 이제는 글래빈을 따라하면 안 된다.
어깨 수술 후 남해 대한야구캠프에서 3개월 만에 캐치볼을 재개한 봉중근도 요즘 투구폼을 바꾸느라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그의 재활을 돕고 있는 구명근 대한야구캠프 총감독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타점 높은 투구’를 할 것을 조언했다. 구 총감독은 경남상고-경남대-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투수 출신이다.
그는 “봉중근이 글래빈을 따라하다 보니 공이 옆에서 나오는 사이드암 투수가 됐다. 그는 나이가 마흔이 다 된 투수여서 그에 맞게 변화구 투수로 변모한 경우다. 젊은 중근이가 그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 장기인 큰 키를 살려 높은 곳에서 공을 던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봉중근은 하체를 이용한 매커니즘을 새롭게 공부하고 있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러닝으로 하체를 열심히 단련 중이다.
젊은 투수면 그 나이에 맞게 직구로 힘 있게 맞서야 한다는 지론이다. 강병철 전 SK 감독도 이와 비슷한 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젊은 나이에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 게임을 풀어가는 요령이 늘지는 모르나 팔꿈치, 어깨에 무리가 간다. 젊었을 때는 힘을 보여주고 나이가 들어서는 변화구로 요령을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봉중근은 그렉 매덕스(시카고 커브스), 톰 글래빈 등 당시 주축 투수들과 교분을 쌓았다. 이들도 아시아에서 온 어린 봉중근의 가능성을 높이 사 가까운 곳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좋은 관계를 이뤄왔다. 그러나 이들은 강속구 투수가 아닌 칼날 제구력을 과시하는 컨트롤 투수들.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이상 봉중근도 새롭게 자신의 피칭 스타일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