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LG 감독(44)의 간절한 바람이 결국 구단을 움직였다.
LG가 미계약 선수는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좌완 이승호(29)를 호주 스프링캠프에 데려갔다. 미계약 선수 11명 가운데 유일하게 이승호는 선수단 본진과 함께 지난 15일 밤 호주 시드니로 출발했다.
이 감독은 “이승호는 꼭 데려가고 싶다”며 구단에 읍소한 바 있다. 이승호가 지난해 왼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아 보다 체계적인 재활이 필요했기 때문. 그러나 연봉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승호의 정상적인 전훈 참가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1억 1000만 원을 받은 이승호는 9승 7패, 방어율 2.71을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구단은 투구 이닝이 129⅔에 불과했고 2년 연속 팀 성적이 6위에 그친 점을 감안, 전체적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승호에게 1000만 원 삭감을 통보했다. 양측의 평행선은 계속 되고 있는 상태다.
이 감독은 올 시즌도 이승호를 LG 마운드의 대들보로 주저없이 택했다. 그는 “승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반드시 재활을 마쳐야 한다. 시범 경기 등 실전이 시작되는 3월부터는 정상 가동돼야 마운드가 안정된다”며 이승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남승창 LG 운영홍보팀장은 “아직 이승호가 계약 하지 않았지만 추운 한국보다는 따뜻한 시드니에서 재활을 거치는 게 낫다고 판단,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왼손 투수로는 드물게 150km이상의 묵직한 직구를 보유한 이승호는 2003년 제 1선발로 중용됐고 11승 11패를 거두며 트윈스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구단은 2002년까지 4년간 통산 승수가 8승에 불과했던 이승호가 11승을 거두자 지난해 억대 연봉자를 만들어줬으나 올해는 활약이 생각보다 미진해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