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구단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올 스토브리그에서 혹독한 쓴맛을 본 스타급 선수들이 실추된 명예 회복을 벼르며 칼을 갈고 있다.
'일본파 3인방' 정민태(35.현대) 이종범(35.기아) 정민철(33.한화)과 지난 시즌 FA대박을 터뜨렸으나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체면을 구긴 'FA먹튀 3인방' 마해영(35.기아) 진필중(33.LG) 정수근(28.롯데)등이 올시즌 부활을 노리는 주역들이다.
현대 에이스 정민태는 지난 시즌 끝없이 추락했다. 고작 7승에 방어율이 무려 5.00. 더 이상 팀의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구위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결국 정민태는 구단과의 지리한 연봉협상 끝에 백기투항했다. 지난 시즌 프로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7억4000만원)을 받았던 정민태는 무려 1억8500만원이 깎인 5억5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동결을 주장했지만 구단의 강경 방침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 24일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정민태는 "이제 마음을 비웠다"며 백의종군할 뜻을 밝혔다.
지난 시즌 기대에 못미쳤지만 올 시즌을 명예회복의 무대로 삼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정민태는 하체가 흔들리면서 투구 밸런스를 잃어 버렸다는 판단 아래 체력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시즌 목표는 15승.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민태의 생각이다.
이종범도 올 연봉이 생애 처음으로 삭감돼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다. 지난 시즌 도루왕(42개)에 올랐지만 2할6푼의 타율에 17홈런 52타점으로 제몫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4억8000만원에서 올해 4억3000만원으로 연봉이 5000만원이나 깎인 이종범은 3년간 맡았던 주장자리를 후배 김종국에게 물려주고 올 시즌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서른 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체력이 관건이라는 게 이종범의 판단.
이에 따라 이종범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배트 스피드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3할타율에 복귀하는게 급선무. 이종범은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3할타율에 40도루는 무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선동렬의 대를 이을 재목을 꼽혔던 정민철은 지난해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3경기에 출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6패만 기록했다. 방어율도 7.67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연봉 협상에서 지난해보다 1억원이 적은 2억5000만원에 사인한 후 일찌감치 올 시즌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연말까지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소화, 올시즌 부활을 외치고 있는 정민철의 재기여부는 볼 스피드를 높이는 데 있다. 145km를 넘는 빠른 직구를 뿌렸으나 지난 시즌에는 140km대 초반으로 스피드가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시즌을 재기의 원년으로 여기고 있는 정민철은 묵묵히 강훈을 소화해내며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4년간 30억원을 받고 기아에서 LG로 이적, FA 대박을 터뜨렸던 진필중은 지난 시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LG의 소방수로 나섰지만 15세이브를 기록하고 4패를 당했다. 방어율도 5.23.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이라는 명성에 먹칠을 해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진필중이다. 구위하락과 자신감 상실로 2군으로 추락하고 선발로 보직이 바뀌는 등 수모를 당한 진필중은 대표적인 'FA 먹튀'로 꼽혔다.
진필중은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없다"며 자존심 회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4년간 28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삼성에서 기아로 옮긴 마해영도 지난 시즌 고개숙인 남자였다. 2할8푼1리의 타율에 11홈런 71타점. 기대이하의 성적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마해영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마무리 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제주도와 광주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훈련과 자율합동훈련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가했을 정도로 올시즌을 벼르고 있다.
계약기간 6년에 몸값 총액 40억6000만원. 두산의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던 정수근이 롯데로 옮기면서 받은 돈이다.
하지만 정수근은 전반기에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하는 듯했으나 올스타 브레이크 때 음주폭행 시비에 휘말려 시즌을 망치고 말았다. 출장정지라는 중징계까지 당한 정수근은 2할5푼7리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도루도 고작 24개에 불과했고 선두 타자의 바로미터가 되는 득점도 37개에 그쳤다.
양상문 감독이 "정수근이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훈련에 열심인 정수근은 "성적으로 불명예를 씻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이들 스타들이 지닌시즌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올시즌에 곧추세울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