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타격폼을 되찾고 남벌에 재도전하는 이승엽(29ㆍ지바 롯데)이 예상대로 2년차에는 보다 험난한 여정을 맞게 됐다. 보직이 좌익수로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다.
바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감독은 1일 KBS TV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이승엽의 수비를 보지 못했지만 그를 좌익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밸런타인 감독이 최근 롯데와 3년 장기 계약한 후쿠우라 가즈야에게 1루를 완전히 맡긴다는 얘기다. 공격력 부활을 일본 열도 정복의 핵심으로 생각했던 이승엽으로서는 폭넓은 수비력까지 겸비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우라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패한 이승엽은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를 전망이다. 하와이 출신 외국인 타자 배니 애그바야니를 비롯, 롯데가 최근 영입한 워싱턴 내셔널스 출신 메이저리거 발렌티노 파스쿠치, 오무라 사브로, 백업 전문 이노우에 등이 경쟁상대다.
게다가 지바 롯데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포지션당 3명씩 무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무려 11명의 외야수를 캠프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좌익수로 출장했던 가키우치, 신인 오마쓰, 다케하라에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맷 프랑코도 외야 수비를 준비 중이다. 11:3의 경쟁률을 뚫어야 좌익수 주전의 길이 열린다.
“수비를 해야 타격 리듬이 살아난다”는 이승엽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 밸런타인 감독이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좌익수 자리를 배려해줬지만 아무래도 낯선 보직이다 보니 이승엽도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고교(경북)시절과 프로 초기 투수로 활약한 그는 강한 어깨는 갖췄으나 외야수에게는 치명적인 발이 느리다는 약점이 있다. 또 뜬 공을 처리하는 능력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명예회복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최악에는 지명타자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이럴 경우 이승엽이 타격 리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애그바야니, 사브로, 파스쿠치 등이 전부 오른손 타자이고 우투좌타인 프랑코가 3루수로 출장한다면 좌타 거포 이승엽의 입지는 약간 넓어질 수 있다.
결국 상황은 복잡해졌지만 역시 이승엽의 성공 열쇠는 공격력 회복에 달려 있다. 특히 롯데가 투수 댄 세라피니까지 포함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면서 이승엽의 출장 기회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1군 외국인 등록수가 4명이기 때문. 그러나 화끈한 한 방만 살아난다면 좌익수건 지명타자건 계속 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방망이를 곧추 세우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