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 중인 LG 트윈스 선수단 숙소 223호는 '대도(大盜)'의 방이다. 이 방의 주인은 오태근이고 방졸은 박용택이다. 오태근과 박용택은 휘문고 1년 선후배 사이로 시쳇말로 죽이 잘 맞는다.
둘은 달리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라이벌 관계다. 오태근이 주로 2군에서 머무는 통에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을 본 이가 적지만 LG 코칭스태프는 “스피드로만 따지자면 오태근이 팀 내 1위”라고 엄지를 치켜든다.
둘은 100m를 11초 F에 끊는 ‘바람의 아들’들이다. 오태근은 “용택이가 후배지만 배울 게 많다. 같은 방을 쓰면서 타격과 1군에서의 생존 요령 등 갖가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마음 좋은 선배다. 양준혁 이병규 등 하늘 같은 선배들을 모셨던 박용택도 가까운 선배 오태근과 한 방을 써 마음이 훨씬 가볍다.
알려져있다시피 이순철 감독은 올해 기동력을 앞세운 작전 야구에 승부수를 던졌다. 톱타자 박경수는 물론 2번 박용택도 2년 전처럼 40개 이상 도루를 해줘야 하는 처지다. 이 감독은 “이대형 오태근 등 발 빠른 선수들을 캠프에서 최대한 중용, 실전에 자주 투입될 수 있도록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트윈스가 가지고 있는 자원 중 으뜸이랄 수 있는 준족 자원을 이용, 상대 마운드를 집중적으로 교란하겠다는 뜻이다.
감독의 생각이 확고한 만큼 대도들이 정을 나누는 223호가 주목받는 건 당연지사. 박용택은 1군에서의 주루 플레이 노하우를, 오태근은 발바닥 부상으로 감이 떨어진 박용택에게 스피드와 주루 센스 등을 알려주며 아름다운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및 원정지에서는 보통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한 방을 쓰기 마련이다. 장장 50여일 이상 되는 기간이다보니 코칭스태프도 배려해 준다. 그러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팀에서 일부러 ‘조합’하는 일도 있다. 2001년 겨울 LG는 마무리 캠프에서 고참 양준혁과 신인 박용택을 한 방에 묶어 노하우를 전수 받기를 기대했다. 또 삼성은 지난해 동갑내기 투수 김진웅과 포수 현재윤을 룸메이트로 지정, 호흡을 갈고 닦으라고 주문한 바 있다.
마음도 맞고 취향도 비슷하다면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223호의 훔치는 노하우가 올 시즌 LG 트윈스의 앞날을 좌우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