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WS우승반지, 한국에서 잠자고 있다
OSEN 장현구 기자 can 기자
발행 2005.02.03 11: 12

‘꿈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리거들도 일생에 한 번 끼어 볼까 말까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그것도 야구와 전혀 관계가 없는 한 평범한 중년 남자가 소유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88년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만들었던 반지가 서울의 한 귀금속점에 조용히 묻혀있다. 반지의 원 소유자는 배번 48번의 라몬 마르티네스(37).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 메츠)의 4살 위 형으로 88년 선수 생활을 시작, 2001년 은퇴했고 99년 보스턴으로 이적할 때까지 다저스에서 쭉 48번을 달았다. 한 눈에 봐도 큼직한 모양새가 여느 반지와 달라 보였고 사파이어 위에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 그 주변을 작은 다이아몬드 20개가 다시 둘러싸고 있는 고급품이었다. ‘WORLD CHAMPION DODGERS 1988’이라는 글자가 반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48 MARTINEZ’라는 소유주의 이름도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최근 에는 이메일을 통해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인 것 같다. 진위여부를 알 수 없어 문의한다’며 반지 사진도 함께 보냈다.
기사를 제보한 이는 종로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김윤회 사장(44)이었다. 김 사장은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기자에게 ‘절대 반지’를 보여주며 진위여부를 가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반지에 문외한일 뿐더러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육안으로 처음 본 기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기자와 동행한 모 스포츠신문의 특파원 출신 A기자는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으나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기자는 지난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승할 당시 피닉스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반지를 지켜본 것은 물론 우승 반지 모조품을 가지고 있다.
김 사장이 이 반지를 처음 구경하게 된 시점은 2001년 봄께다. 김 사장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 받은 한 중년 여성이 이 반지를 가지고 와 가운데 다이아몬드를 녹여 새 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기억한다.
20년 가량 보석상을 운영중인 김 사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큼직하고 멋있어 보였던 이 반지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그 중년 여성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이 반지는 내가 갖는 대신 이 반지에 들어간 다이아몬드 무게만큼 다른 반지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 반지를 깨 무게를 재봐야 다이아몬드의 정확한 무게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깰 수는 없어 눈짐작으로 1캐럿 정도의 다이아몬드가 들어갔다고 판단한 김 사장은 그와 똑같은 양으로 새 반지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정확한 가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 백만원대”였다고 했다.
김 사장이 이 반지의 정체를 눈치챘을 때가 바로 그해 말 김병현의 소속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였다. 우승 반지에 대한 이야기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 사장은 이 반지가 당초 생각처럼 보통 반지가 아님을 알게 됐다. 그 반지를 가져온 중년 여성을 수소문해 출처를 묻고 싶었으나 연락이 두절돼 인터넷을 통한 ‘반지 독학’이 이 때부터 시작됐다.
보석상 운영 경력 20년의 김 사장과 A기자는 이구동성으로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사장은 “반지 측면에 있는 글자와 글자 사이 까만 부분은 국내 반지 세공 기술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지를 깎아 글자를 파게 되면 누렇게 뜨고 만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 “글자들이 하나같이 조잡하지 않고 정교하다. 주물을 여러 개를 만들어 개별로 하나씩 만든 제품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 또한 진짜라는 소견. 가운데 1캐럿짜리 하나에 20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가격은 역시 수 백만원대라고 한다. A기자도 “다저스 로고가 확실하고 선수 이름이 제대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 때 확인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진품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확인할 수 있는 길이란 LA 다저스 구단에 직접 문의해 당시 반지 모양과 제작 개수 등을 맞춰보는 게 유일하다. 진품이 확인될 경우 김 사장은 원 주인인 라몬 마르티네스에게 돌려줄 의향이다. 물론 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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